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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톨레랑스] <1부>다문화·다민족 시대 ④외국인 유학생들이 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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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24 15:08:19 수정 : 2011-02-24 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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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8만명… "아직도 이방인으로 봐요" “수업 시간에 브라질 친구가 발표를 하고, 중국인 친구가 설문을 맡았어요.”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 강모(21·여)씨는 지난 학기 외국인 학생들과 조별 과제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예전과 사뭇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강씨는 “이제 수업에서 외국 유학생을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친구와 사귀는 한국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으로 유학온 외국인 수가 8만명을 넘어섰다. 2003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이래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매년 1만명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 외국인을 ‘이방인’으로만 보려는 시각이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유학생 7명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아쉬워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외국인에 대한 수준 높은 ‘톨레랑스’(관용·포용) 정신에 대한 교육과 실천이 시급함을 드러냈다. 멀리 콜롬비아에서 이웃 일본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한국 사람들, 생각보다 차가워요”

나루미(25·여·일본, 한국외대, 2004년 입국) :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 특유의 문화 ‘정’에 대해서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국 사람도 차갑더라. 대학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이득이 되는 관계만 찾는 느낌을 받았다.

딜로롬(26·여·우즈베키스탄, 이화여대, 09년 〃) : 우즈베크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남자랑 결혼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드라마와 실제는 많이 다르더라.

염동(26·중국, 한국외대, 07년 〃) : 한국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 보고 한국 사람은 다 예쁘고 깔끔할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더라.(웃음)

◆“사람을 출신 국가로 판단할 때 속상해요”

염동 : 특히 중국인에 대해 친절하지 않은 것 같다. 언론에서도 중국에 대해 나쁘게 나오는 면이 많고 중국을 후진국으로 생각한다. 어떤 친구는 “집에 텔레비전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프란시니(25·여·브라질, 선문대, 05년〃) : 한국 남자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 부모님이 날 안 좋아하신다. 친구들을 보면 어떤 부모님은 외국인이니까 문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더라.

안젤라(25·여·콜롬비아, 선문대, 05년 〃): 제3세계에서 왔으면 더 무시하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면 친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흑인 친구들이 많이 고생한다더라. 06년쯤 친구가 외국인 친구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서 “백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놀랐다.
◇한국인 눈에 비치는 외국유학생은 여전히 ‘이방인’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결같이 “한국생활에서 ‘차별’과 ‘편견’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루미, 갈리야, 딜로롬, 림친후이, 안젤라, 프란시니, 염동.
이제원 기자
◆“술 문화나 나이 따지는 문화 고쳐야 해요”

나루미 : 한국 사람들, 죽도록 마시더라. 밥 먹고 2차로 술 마시고 노래방 갔다가 또 마시고…. 처음 들어왔을 때 힘들었다.

림친후이(24·여·말레이시아, 국민대, 10년 〃) : 말레이시아에서는 술을 안 마신다. 한국 와서 제일 많이 배운 것은 술 문화다. 교수님과 함께 회식을 해도 술을 안 마시면 존경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꼭 마셔야 하는 게 힘들다.

갈리야(26·여·우즈베크, 이화여대, 09년 〃) : 한국은 예의를 너무 따진다. 먼저 나이를 묻고 사람 관계를 형성한다.

염동 : 선후배 관계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 대학 와서 동아리 들어갔는데 선배들한테 존댓말 안 써서 말실수도 많이 했다. 중국에선 선후배 위계질서 같은 게 없다. 다 같은 친구인데 한국은 다르더라.

◆“한국도 낯선 문화 배워야죠”

프란시니 : 우리도 한국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한국사람들도 우리 문화에 대해 배우고 낯설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림친후이 : 외국 사람하고 한국인이 함께하는 행사가 더 많았으면 한다. 서로 잘 모르니까 오해가 생기는 것인데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나루미 :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이라는 한 단어에 뭉뚱그려 보지 말고 개인과 나라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다가가려고 할 때 우리에게도 다가와줬으면 한다.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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