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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생충의 '재발견'… 약되는 시대 온다

입력 : 2011-05-09 22:43:23 수정 : 2011-05-09 22: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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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신은희 교수팀 쥐실험서 암 억제 효과 확인
세포 내 기생충 ‘톡소포자충’ 몸체 녹인 물질 면역 증강시켜
수년내 치료활용 가능해질 듯
머지않아 ‘기생충 같다’는 말은 모욕이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남의 것을 빼앗아 먹고사는 존재인 기생충이 질병 치료를 위한 ‘공신’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탓이다.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국내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은 특정 기생충의 물질이 암과 치매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도출하고, 현재 국제학술지에 ‘기생충의 질환치료 가능성에 관한 실험’이라는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 대학 기생충학교실 신은희 교수와 표경호 박사과정팀은 대표적인 세포 내 기생충의 하나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의 몸체를 녹인 물질인 라이세트(lysate)를 쥐에 주사했더니 쥐의 면역반응이 증강돼 암이 억제되는 결과를 얻었다. 신 교수와 정봉광 연구원 팀은 또 톡소포자충을 치매 유전자를 지닌 쥐에 감염시킨 실험에서도 치매 발현이 억제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신 교수팀은 이 연구 결과를 금년에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은 쥐 실험 단계이지만 인체 실험 단계를 거치면 수년 안에 국내에서도 기생충이 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시절 ‘기생충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각종 기생충 질환이 만연했지만 지금은 선진국 수준의 ‘위생적인 국가’로 승격됐다. 하지만 이른바 ‘후진국병’에는 양면성이 있다. 2002년부터 나온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가 기생충 질환의 감소와 연관성이 있다는 ‘위생 관련설(hygiene hypothesis)’이 이를 설명한다.

기생충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의 빈도가 낮았지만 기생충 감염자가 거의 없는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의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한 가설이다.

기생충을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설 단계를 넘어서 지금은 세계적으로 기생충을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영국 노팅엄대 유니버시티파크 캠퍼스 약대는 구충을 기관지천식 환자에게 실험적으로 감염시켜 천식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봤다. 또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는 돼지편충알을 사람에게 먹게 함으로써 궤양성 대장염 환자 등 장 알레르기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이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 연구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번에 국내에서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국내 기생충학 최고 권위자인 채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기생충 연구의 방향은 기생충을 박멸하는 것을 넘어 이로운 기생충을 활용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앞으로 혐오의 대상이던 기생충을 귀하게 모셔야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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