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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나선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0점)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도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는 바람에 안도 미키(일본.66.20점)에 불과 0.56점 뒤진 2위에 머물렀다.
9명의 심판 중 8명으로부터 가산점을 얻어내는 훌륭한 점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니컬 패널(스페셜리스트.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컨트롤러)은 정반대로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를 다운그레이드시킨 '이상한 판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점프 다운그레이드를 최종 판단한 스페셜리스트는 김연아와 악연이 깊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는 마리암 로리올-오버윌러(스위스).
바로 김연아에게 석연찮은 '롱 에지(wrong edge)' 판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난해 11월 2008-2009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를 맡았던 장본인이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깨끗하게 처리했지만 플립 점프에서 잘못된 에지를 사용했다는 판정에 따라 0.80점 감점을 당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은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같은 점프에 에지를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의 '주의 마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즌과 달리 당시엔 심판들이 테크니컬 패널의 판정을 미리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심판들이 잘못된 에지 판정에 따라 감점을 주면서 점수가 깎이긴 했지만 당시에도 오히려 가점을 주는 심판까지 있었던 만큼 마찬가지로 논란의 여지가 있던 판단이었다.
결국 이 롱에지 논란이 발단이 돼 김연아는 올 시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로 바꿔 다시 그랑프리 시리즈를 연속으로 석권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그때 그 패널'을 다시 만나면서 이번엔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에 대해 석연찮은 문제제기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공교로운 우연은 이 패널과 김연아의 만남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김연아의 에지 사용과 관련해 찜찜한 논란이 계속됐던 지난 2월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 심판이 레프리를 맡은 바 있다.
이날 여자 싱글 경기에 앞서 벌어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다카하시가 좋은 경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못지않게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에반 라이사첵(미국)에게는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주는 등 개최국 일본의 홈 어드밴티지가 너무 많이 주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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