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EBS에서 방송한 ‘리얼실험 프로젝트X’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무인도에서 일주일 나기, 물 없이 살아보기 등 조건이 제약된 환경에서 참가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살펴보는 내용이다. 흥미로운건 불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악전고투할수록 지구 환경은 오히려 숨통이 트인다는 점이다.
환경운동가이자 작가인 콜린 베번은 현대 문명의 삶을 잠시 미루고 1년 동안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No impact)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시작은 간단치 않다. 콜린은 쇼핑과 일회용품, 포장음식을 즐기는 부인 미셸을 설득해야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일회용 기저귀를 갈아줘야하는 두살배기 딸 이자벨라도 골칫거리다.
이들은 우선 새 상품을 사지않고 육식을 포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육식은 자동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 또 쓰레기도 만들지 않는다. 기저귀도 여러번 사용 가능한 천으로 바꾼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콜린 가족은 점차 강도를 높인다. 실험이 6개월을 넘자 전기마저 끊는다.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영화는 시종 유쾌하다. 콜린 가족의 좌충우돌과 시행착오 덕에 중간중간 웃음이 나온다. 가족이 유명세를 타자 오해도 생긴다. 일부에선 이들의 행동이 진정성이 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의심한다. 한 환경운동가는 “노 임팩트 맨이 있는티 없는티 낼때 조용히 환경보전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고 비판한다.
영화는 환경보전을 강요하기보다 “당신도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다. 지구 살리기가 엄청난 목적이나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다. 관객은 콜린 가족의 실험을 관찰하다보면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들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택시나 자가용보다 자전거나 전철을 이용하는 건 누구든지 실천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다.
콜린 베번은 영화 촬영의 조건으로 제작진 역시 탄소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때문에 제작진은 자동차와 조명을 사용할 수 없었다. 콜린 가족이 뉴욕 시내를 가로질러 자전거 소풍을 나가는 장면을 찍기위해 차를 타고 쫓는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인력거에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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