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20일 경기도와 충남 등 강원도 산간과 남부 해안·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오후 4시 현재 최고 기온이 청주 34.9도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0도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21일 새벽까지 열대야현상이 나타나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할인점과 서점 등이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주부 오정미(42·여·서울 동대문구)씨는 이른바 ‘대형 마트파’다. 그는 “낮에 집에 혼자 있으니 전기료가 아까워 에어컨을 켜기 그렇고 해서 할인점에서 무료 운영하는 문화센터 강좌를 듣고 있다”며 “저녁식사 후에도 남편, 아이들과 일주일에 2, 3번꼴로 마트를 찾아 장도 보고 더위를 식힌다”고 말했다.
약속이나 업무 차 시내로 나간 시민에게 서점은 필수코스가 됐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대형서점은 몰려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성준(23)씨는 “친구와 약속이 있는데 일찍 나와서 시원한 분위기에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정부가 공공기관 냉방온도를 28도로 규제하면서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은 찬밥신세다. 대형건물은 26도, 마트의 적정온도는 25도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난해엔 민원실에서 더위를 피하는 구민이 꽤 있었는데, 올해는 외부보다 덥다면서 나가 버린다”고 말했다.
더위를 피하려는 몸부림은 해가 떨어진 뒤에도 계속된다. 창문을 모두 열어도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열대야에 지친 시민들은 강변으로 달려간다.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가족, 친구들로 채워진다. 이날 저녁 원효대교 근처 강변에서 만난 이창진(28)씨는 “덥다고 한강까지 나오기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시원하다. 밤 피서지로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변 캠프장에서 숙박하고 출근하는 시민도 목격되고 있다. 서울 난지공원 캠프장은 평일인데도 전체 150개동의 텐트 예약이 꽉 찼다. 캠프장 관계자는 “텐트에서 잠을 잔 뒤 양복 차림으로 출근을 서두르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은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 등 7대 도시의 ‘도시고온 건강지수’를 개발해 9월까지 매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지수는 기온, 습도 등 기상 예보와 과거 자료를 토대로 폭염이 예상될 때 도시 거주자의 건강에 미칠 영향을 4단계로 알려주는 수치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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