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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책임지는 사람 없는 ‘중동IC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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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2-24 15:49:58 수정 : 2010-12-24 15: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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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 16일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머리를 숙였다. 13일 터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 교량 화재 사고를 사과하는 자리였다. 류 사장은 “화재를 예방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김준모 경제부 기자
그런데 이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2004년 3월 ‘100년 만의 폭설’로 경부·중부고속도로가 24시간 마비되는 국가 초유 사태가 벌어졌을 때다. 당시 오점록 도로공사 사장은 도로공사의 안일한 대처로 국가 대동맥 마비사태가 났다며 사과했다. 그 역시 도로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오버랩’되는 기억은 여기까지다. 두 경영자의 이후 처신은 전혀 딴판이다. 오 전 사장은 사과 발표와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자연재해였지만 도로 관리 총 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류 사장도 책임을 지겠다고는 했는데, 행보는 말과 반대다. 사고 직후 배포된 도로공사 보도자료를 보면 사고 원인은 교량 하부를 불법점유한 단체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또 2009년부터 이 단체에 철거 계고장을 발부하고 고발까지 했지만 벌금이 작아 악용한다며 법 타령도 했다. 경찰에 불법시설 철거도 요청했지만 공권력을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며 경찰에도 일부 책임을 넘겼다. 그간의 관리 부실을 반성하는 대목은 자료 어디에도 없다.

중동나들목 화재 사고는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는 모양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번 공사로 도로가 통제돼 통행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총 3120억원의 사회 비용이 추가된다고 한다. 하루 26억원꼴이다. 교통지옥에 시달리며 길거리 매연으로 시간과 돈을 더 허비해야 하는 시민 피해는 과연 누가 책임지고 보상할지 궁금하다.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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