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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

입력 : 2011-03-25 18:03:56 수정 : 2011-03-25 1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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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밤 대구공항에 도착한 미국의 ‘슈퍼리치’ 워런 버핏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이는 수수한 추리닝 차림의 버핏에게서 ‘부자는 무엇을 해도 그럴듯해 보인다’는 속설을 확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단을 가꾸다 곧장 대문을 나선 것 같은 차림새의 그에게서 ‘자유로운 영혼’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면 또 이런 말이 들리겠지요.

강경미 도서출판 꾸리에 대표
“그래, 맞아. 자본주의 사회에선 부를 지닌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지.”

분명 그렇습니다. 현 사회에선 ‘부를 많이 움켜쥘수록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오랜 관행이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국내 최대 재벌 총수는 불법비자금으로 공권력을 타락시키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도리어 “국민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훈계했고, 이런저런 재벌 또는 그 2세가 저지른 패악 같은 것은 거론하기에도 식상할 정도이지요.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워런 버핏의 추리닝 차림 또한 세계 3위 부자의 거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

작년 10월 ‘굿바이 삼성-이건희, 그리고 죽은 정의의 사회와 작별하기’란 책을 내고, 이번에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책을 냈습니다. 재벌을 비판한 책을 냈다가 이번엔 재벌을 옹호하는 듯한 책은 또 뭐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오해입니다. 이 책에는 17명의 슈퍼리치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부자들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합니다.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고 말입니다. 책의 주인공인 워런 버핏은 실제로 빌 게이츠, 테드 터너 등과 더불어 ‘기부서약(Giving Pledge)’과 부자 감세,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 등을 펼쳐왔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불시착한 외계인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런 버핏의 다음 여행지는 인도랍니다. 빌 게이츠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부호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벌여온 그가 대통령이 아니라 한국의 부자들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쉽네요.

강경미 도서출판 꾸리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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