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폭 투하 후 미국 정부는 적어도 100년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버려진 도시가 될 것이며, 그 어떠한 생명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반년 만에 작은 식물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후 방사능 수치는 급감해 사람이 거주할 만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환경미생물학자인 다카시마 박사에 따르면 토양 속 항방사능 미생물의 작용으로 방사성물질이 점차 감소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최초의 원폭 실험이 있었던 네바다 사막이나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는 그러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의 미생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46억년 전 갓 태어난 원시지구는 방사능으로 가득 찬 유독가스와 독극물 덩어리였다. 그런데 미생물이 유독한 방사능을 음식처럼 섭취하고 똥오줌으로 배설한 유기물질로 인해 오늘날 생명이 넘치는 그린환경이 됐다. 미생물은 쓰레기를 분해하고 독소를 정화해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미생물의 정화 능력을 극대화한 기술이 다카시마 박사에 의해 개발됐다. 다양한 미생물의 복합 작용을 활용한 이 기술의 효과성은 2001년 대만 원자능위원회 핵능연구소와의 공동 실험을 통해서 입증된 바 있다. 한편 2008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 고준위 핵 폐기물의 방사능을 억제하는 미생물을 다량 발견했다. 이 미생물은 금속 환원반응을 통해 이온 상태의 크롬, 우라늄 등 고준위 핵물질을 고체로 침전시킴으로써 방사능 오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실험에 따르면 이런 미생물은 우주와 같은 강한 방사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하니 비록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지만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최후의 결사대가 사투를 벌이고 전 세계는 그들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더라도 향후 폐기된 원전의 처리와 오염된 토양의 정화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에 유출된 방사성물질 중 세슘의 경우 반감기가 30년에 이른다. 30년이 지나도 방사능은 여전히 반이나 남아 향후 수십년간 방사능 오염의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체르노빌의 경우에도 원전 폭발사고 직후 세슘 유출로 31명이 즉사하고 사고 후 5년간 7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70만여 명이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일본의 간나오토 총리가 “최악의 경우 동일본이 무너질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방사능 오염의 장기적 파장을 걱정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생물을 활용한 방사능 저감 기술의 과학적 규명이 완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제 적용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에서 과학적 규명의 완전성만을 트집 잡으며 이미 효과성이 확인된 기술을 외면하는 태도는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까지 그 어떤 확실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복합 미생물 기술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왜냐하면 토양 속 미생물을 활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친환경 기술이기 때문이다.
분명 후쿠시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결사대는 인간의 의지 면에서 감동적이다. 그렇지만 만약 과학기술 측면에서 미생물 결사대가 후쿠시마를 구출할 수 있다면, 이는 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인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천과학관장·대한변리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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