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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말투와 문장의 표현은 사회를 나타내는 거울

입력 : 2011-06-17 16:44:55 수정 : 2011-06-17 16: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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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외교관은 대부분 불리한 상황에서 “한번 고려해 보겠다”는 식으로 상대국 외교관의 압박을 피해간다. 물론 “고려해 보겠다”는 외교의 수사적 표현으로서 완곡한 거절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같은 얘기라도 듣는 입장을 배려한, 표현의 유연함이 실제상황의 거북함을 피해가는 셈이다. 실생활에서 항상 부드러운 언어 사용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심코 얘기한 단어나 어법이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오해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노영환 SBS 제작본부부장(아나운서)
과체중의 열등감을 지닌 친구에게 “돼지∼” 혹은 “뚱땡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놀리다가 다투던 학창 시절 추억도 흔한 이야기다. 듣기 좋은 얘기도 한두 번인 것을….

199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미국 애틀랜타였다. 근대올림픽 100년을 기념하는 24회 하계올림픽이라서 세계인의 관심이 최고조였고, 미국으로서는 다른 나라에 양보하기 어려운 의미 있는 올림픽이었다. 특히 애틀랜타는 미국 남북전쟁시 남부군의 수도였기에 자부심 또한 큰 지역이다. 그러나 개회식 전까지 준비가 소홀했고 대회 진행, 교통, 숙박의 불편함, 취재진들에 대한 불편한 안내 등 혼란의 연속이었다. 직설적인 비판기사들이 연일 외신에서 비등했는데, 개회식이 끝난 후 프랑스 유력 신문의 한 기사가 폭소를 자아냈다. “드디어 지구상 모든 나라 어느 도시라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촌철살인의 백미다. ‘그 정도로 형편없이 행사를 치른다면 올림픽을 하지 못할 도시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격하게 꾸짖는 대신 멋진 언어로 한 방 먹인 셈이다.

유년기의 언어습관은 대부분 부모의 언행을 많이 닮는다.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와 습관적인 말투, 용어 선택 등도 부모 또는 가까이 접하는 선생님 등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교양 있는 어른의 언어가 자녀의 기품 있는 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교에서 매일 접하는 선생님들께서 사용하는 언어 수준은 학생들의 성장기에 체득하는 어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독서는 단순히 학업이나 지식, 유익한 정보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 우아한 표현의 인용, 정확한 단어와 문장의 사용량은 역시 다량의 독서와 정비례한다고 본다.

읽을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작가들의 화려한 표현력, 성찰과 사색을 유도하는 성현들의 말씀, 성숙한 자세를 일깨워주는 은은한 꾸짖음…. 책을 멀리하면 지키기 어려운 재산들이다.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는 분들은 은연중에 느꼈을 것이다. 내레이션의 믿음성 있는 묵직함과 수려한 문장 표현력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많은 부분을 책에서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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