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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청소년기의 ‘진정한 나’

입력 : 2011-06-24 22:12:04 수정 : 2011-06-24 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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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영어 시험에서 ‘juvenile delinquent’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태만한 청소년’으로 해석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슬슬 피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번역하니 지문 내용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 뒤 사전을 찾아보니 ‘태만한 청소년’은 바로 ‘비행 청소년’이었다.

이남석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의 저자(번역가)
‘비행(非行) 청소년’이라고 하면 범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아이들이 연상된다. 게으르다는 의미의 ‘태만한 청소년’과는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 그러나 자기의 성장에 써야 할 에너지를 방전시키는 행동은 비행 청소년이나 태만한 청소년 모두 비슷하다.

그들은 왜 성장과 정체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을까. 청소년기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내게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 답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뉴욕 맨해튼에 사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가 사립학교에서 쫓겨나면서 이틀 동안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1인칭으로 대화하듯 풀어간다. 기성세대의 위선과 비열함에 절망한 주인공은 어린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작 절망에 빠진 주인공은 나중에 정신병동으로 보내진다. 정작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이들은 기성세대인데도 말이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정신적 방황은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 같은 이중성을 단순명료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세기의 고전을 탄생시켰다.

청소년기에는 결국 숱한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며, 이를 겪어야 ‘진정한 나’라는 존재로 바로 설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또한 기성세대는 이른바 비행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 정신병동 같은 쉬운 처리 방법을 선호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방법을 택할수록 비행 청소년들의 묻지마식 범죄는 보다 확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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