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저지른 김모(19) 상병은 조사관에게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강은 사회부 기자 |
더욱이 그는 지휘관들이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관심 사병’이었음에도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해병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톱스타 현빈(본명 김태평·29)의 입대 후 해병대 행태를 떠올리면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당시 해병대는 ‘현빈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훈련소 입소부터 훈련, 부대 배치 모습 등을 해병대 자체 블로그와 각종 미디어에 수시로 노출했다. 현빈한테만 ‘올인’하는 인상이었다. 한 번은 “현빈이 주·야간사격 훈련에서 만점을 받아 ‘특등사수’로 뽑혔다”고 자랑하면서도 당초 방침과 달리 ‘모병 홍보병사’로 활용하려다 비난여론을 자초했다.
반면 그 즈음 곪을 대로 곪은 내부의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은 꾸물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 초 해병대 병영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기수열외 등의 문제점을 적발해 군에 관련자 처벌과 시정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지난 5∼6월에도 사령관 음해 혐의로 장성 2명이 구속되고, 장교의 성추행, 민간 항공기 오인 사격 등 해병대의 기강 해이 사태가 잇따랐다. 병무청 면접 시 “해병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지원했다”는 김태평 이병의 요즘 심경이 궁금하다. 참담하지 않을까.
이강은 사회부 기자 k 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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