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1 복합소총은 2008년 7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목표물 3∼4m 공중에서 폭발탄이 터져 가공할 살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금까지 개발된 개인화기 중 주·야간 정밀사격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살상력이 극대화된 ‘미래형 소총’으로 손색이 없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K11은 구경 5.56㎜ 일반 소총과 20㎜ 공중폭발탄 발사기를 버튼 하나로 제어·발사할 수 있는 ‘이중총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적외선 열상검출기로 사람의 체온에서 나오는 열을 파악해 표적을 찾아낸 뒤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해 조준점을 자동조정하는 사격통제장치가 달려 있다. 이에 따라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밀집 병력이나 은폐·엄폐물 뒤에 숨은 표적의 3∼4m 상공에 20㎜ 공중폭발탄을 터뜨려 정밀타격이 가능하다고 ADD는 자랑했다.
K201 유탄발사기를 대체해 육군 대대급 이하 보병부대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발에 ADD를 비롯해 S&T 대우, 이오시스템, 풍산, 한화, 한성ILS 등 국내 유수의 방산업체들이 참여했다는 점도 기대치를 키웠다. 당시 김인우 ADD 기동화력기술부장은 “2006년 10월 복합소총 시제품을 제작한 뒤 2008년 2월까지 모두 47개 항목에 대한 운용시험평가를 거친 결과 작전운용성능(ROC)을 만족시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서 “현재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방위산업 선진국이 앞다퉈 연구개발 중인 미래형 소총”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전력화되면 군 전력 강화뿐 아니라 이 분야 수출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작 양산된 K11의 성능은 기대 이하였고 총체적인 부실덩어리였다. 사격 시 발생하는 각종 오작동으로 인해 병사들이 다루기를 두려워할 정도였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질타를 받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출신 한 병사는 “K11은 사통장치 불량으로 공중폭발탄을 한번 쏘면 추가 발사 때까지 1분여를 기다려야 했다. 적과의 교전을 벌이지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명품무기로 홍보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혀를 찼다.
발사 시 충격과 진동은 예상외로 컸다. 레이저에도 이상이 발견돼 명중률이 떨어졌다. 소총과 공중폭발탄을 동시 발사할 경우 숲속 같은 곳에서는 거리 측정이 되지 않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결국 군은 양산을 중단했고 업체는 장시간 개선작업에 몰두해야 했다. 그 결과 모두 24건의 불량이 발견됐다. 화기분야에서는 자동사격 불량, 이상 총렬 움직임 등 11건이, 사통장치에서는 사통장치 몸체 내부 균열, 열영상 화질 저하 등 13건이 지적됐다.
방사청은 지난 4일 총기 설계 및 공정 변경 과정을 거쳐 이런 문제점들을 완벽하게 해소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과연 방사청 말대로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군은 2018년까지 4485억원을 투입해 K11 1998정을 전력화하기로 했다가 부실 논란이 인 뒤 양산 물량을 700여정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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