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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위선이 지배하는 사회

입력 : 2011-08-19 22:08:09 수정 : 2011-08-19 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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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의 성기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오른 제목만 읽고는 또 무슨 이런 ‘변태’ 같은 일이 벌어졌는가 했더니, 성기가 포인트가 아니라 속사정이 있었다. 성기 사진을 올린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적인 판단 없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조선우 ‘꿈의 열쇠’ 대표
이 사진들은 지난달 14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음란물’로 규정해 삭제 조치한 게시물이었다. 박 위원은 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인의 블로그에 올렸던 것이다. 박 위원의 주장은 이렇다. 

“국가기관이 일단 음란하다고 판단하면 모든 매체에서 사라져 버린다. 국가의 검열기준을 국민이 감시하고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또 일일이 표현물이 옳으냐 그르냐, 사회적으로 적합하느냐를 묻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논란을 보고 바로 오버랩되는 사람은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을 겪은 마광수 교수였다. 그는 최근 도서출판 꿈의열쇠를 통해 장편소설 ‘미친 말의 수기’를 냈다. 마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뜨리고 그의 저작세계를 바로 알리기 위해 썼다고 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즐거운 사라’ 같은 소설로 문단과 학계에서 모진 비판과 비난을 받은 그였다. 성 담론이랍시고 이 따위를 쓰느냐가 비난의 주류렸다.

마 교수는 이번에 낸 ‘미친 말의 수기’에서 본인의 속 맘을 드러내려 무진 애를 썼다. 그는 사회에 위선이 얼마나 활개치는지를 고발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려 노력했다. 사회지도층이 겉으로 내세우는 정의, 자유, 도덕 같은 것들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속고 휘둘려 왔는지를 고발하고 그들의 속살을 드러내려 했다.

비단 위 두 사례만 아니더라도 위선이 지배하는 사회의 단면은 너무나 많다. 일부 공무원의 잣대로 재단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창의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물의를 일으키기보다는, 차라리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일정한 선을 만드는 게 더 좋을 듯하다.

조선우 ‘꿈의 열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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