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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의 폄하 발언은 지난달 31일 마련된 20대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인근 술집에서 대학생 30여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 대학생 시절 미팅에서 이화여대에 다니는 여대생을 만났던 이야기를 꺼냈다.
홍 대표는 "내가 대구에서 A고를 나왔는데 B여고를 나온 이대생이 미팅에서 만난 지 30초 만에 자리를 떠서 이대를 별로 안 좋아했다"며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이대 출신이거든. 전여옥한테 내가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홍 대표는 2일 "대학 재학 중이던 4년 내내 (미팅 여학생을) 싫어했다는 과거 경험으로 설명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홍 대표 발언 당사자인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홍 대표의 과격한 언행(言行)을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과학교육학과 3학년 김모(24·)씨는 "여대생을 계집애라고 말한 것은 그동안 홍 대표가 가지고 있는 여성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은 2040세대들과 소통하겠다고 하더니 막말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냐"고 반문했다.
사회생활학과 4학년 민모(24·여)씨는 "홍 대표는 민주당에서 심은 'X맨' 아니냐"며 "어떻게 당 대표라는 분이 당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이런 경솔한 막말을 계속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석에서도 하면 안 될 말을 대학생들을 모아놓고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홍 대표는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비상식적인 당 대표"라고 꼬집었다.
소비자학과 3학년 신모(22·여)씨 "이대가 무슨 동네북도 아니고 왜 걸핏하면 이대를 걸고 넘어지는 지 모르겠다"며 "이런 경솔한 발언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데 홍 대표에게 학교나 총학생회에서 정식으로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공식입장과 항의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홍 대표의 발언은 분명 이화여대 비하발언"이라며 "총학생회 내부에서 항의성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식으로 항의해야한다는 학생들의 의견에는 동의한다"며 "오늘까지 논의를 마치고 3일 학내에 총학생회 입장과 관련해 대자보를 붙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졸업생들 홍 대표의 잦은 말 실수를 지적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졸업한 직장인 임모(24·여)씨는 "지난 7월에도 여기자에게 막말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또 다시 막말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상습적으로 막말을 하는 홍 대표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화여대 졸업생으로서 화가나고, 이번 사과 역시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전에 막말한 여기자도 혹시 이대 출신 아니냐"며 꼬집었다.
지난해 졸업한 이모(26·여)씨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말과 행동이 더욱 점잖고 신경을 써야 하는데 홍 대표는 정도가 심한 것 같다"며 "서울시장 패배로 여당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는 신중치 못한 언행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 대표는 지난 7월 한나라당 대표 취임 직후에도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묻는 일간지 여기자에게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에도 홍 대표는 "언론에 대해 격한 표현을 하는 점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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