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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입력 : 2011-11-11 17:45:46 수정 : 2011-11-11 17: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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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의 회사 생활을 접고 출판사를 차린 후 첫 단행본을 냈다. 어렵사리 고민하고 어루만지며 내 손으로 만든 책이 탄생한 것은 정말이지 감동적인 사건이다. 무슨 책을 낼까 고민하던 차에 에이전시 대표의 귀띔은 큰 도움이 되었고, 결국 지난한 산통 끝에 책이 나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어렵게 내린 역사적인 결정을 다룬 책이다. 평소에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왜 우리에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를 만난 것이다.

김미경 ㈜이오북스 대표
감명 깊었던 여러 장면들 가운데 기억나는 것은 해리 트루먼의 결정이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른 선택이었다. 미·소 대결 시대로 접어들면서 냉전으로 치닫던 당시 그는 3차 세계대전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전 파병을 결정, 공산화의 위험을 막아냈다. “그 자식(공산주의자)들은 모두 막아내야 해…(중략)” 잠옷 바람으로 국무장관 에치슨의 보고를 받고 일갈했던 대목이다. 피상적으로 들었던 대통령들의 위대한 결정을 내 손으로 요리해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는 벅찬 감동에 한동안 붕뜬 기분이었다면 과장일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 주변을 돌아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책임자의 위치에 있을 땐 “그래, 내가 책임질게”라고 한다. 억울하지만 전체의 이익과 대의명분을 위해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속칭 지도층 인사들의 경우엔 막상 정말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실망스럽다. 내가 만든 출판사 같은 소규모 회사들의 직원 한 명 한 명이라도 모두 책임자라는 자세로 임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살 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저축은행과 같은 서민 다중이 피해를 입은 사건은 책임자들은 정말 실망스럽다. 당국의 최고 책임자 한 사람 정도라도 떳떳하게 나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이러저러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하기를 바랐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 책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 자신이 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김미경 ㈜이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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