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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글은 생각을 드러낸다

입력 : 2011-12-09 17:36:31 수정 : 2011-12-09 17: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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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심사를 맡은 적이 있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국제결혼으로 한국에서 살게 된 많은 외국인 여성들의 원고 250여편을 읽을 수 있었다. 한글이 각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이수연 KBS 방송작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글 창제 관련 TV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나온 것처럼 한글은 외국인에게도 배우기 쉬운 문자인가 보다. 글을 보낸 사람들 중엔 한국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투박하게 써내려 간 서툰 글도 있고, 보통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글, 누군가 교정을 본 듯한 글도 있었다.

읽다 보니 참 재미있는 것은 글쓰는 사람의 국적에 따라 내용을 풀어가는 방법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고달픈 삶의 애환, 가족에 대한 고마움, 특별했던 첫 만남 등 생활을 중심한 주제는 엇비슷했지만, 글을 풀어가는 형식이 다양하고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인용구가 있으면 중국인, 감성과 묘사가 치밀하면 일본인, 논리적인 느낌의 몽골인, 가족 중심적이라면 베트남인…. 글을 풀어가는 사고방식이나 형식이 서로 달랐다. 살아온 환경과 국가에 따라 확연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신기하고 이채로웠다. 내가 써내려간 많은 원고들 속에 들어 있는 나의 사고(思考)의 유전자를 누군가 읽고 있을 것이다. 내 글을 다른 이가 읽고 사고방식을 이해한다는 점이다.

글은 생각을 드러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짧은 문장 안에도 많은 생각의 방정식이 포함되어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사고방식과 소통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재빨리 파악하고 소통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인의 생각을 공유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독심술을 배우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양한 글과 책을 읽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은 스스로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지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이수연 KBS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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