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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중학생’ 목검 등으로 50여차례 폭행당해

입력 : 2011-12-28 00:37:38 수정 : 2011-12-28 00: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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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확보 위해 게임 강요
지시사항 안 따른다며 때려
가해학생들 불안증세 보여
“잘 테니까 게임할 때 집 전화로 내 폰에 전화하고 5초 뒤에 끊고, 잘 때는 폰으로 5초 전화하고 끊어.” “자고 싶으면 빨리 (게임) 시작해라.” “지금 가서 샤워하고 잠 깨라. 그리고 바로 게임해.”

중학생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가해학생 2명이 이 같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며 숨진 A(14)군을 각각 39차례와 19차례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A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자신들의 인터넷 게임 아이템 확보를 위해 게임을 하도록 강요했다. 또 이들은 A군이 지시 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A군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 부위에 숱한 멍 자국이 발견됐다. 또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강한 힘을 실어 때려야만 생기는 줄 모양의 긴 멍자국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멍 자국은 피멍이나 일반적인 푸른색의 멍이 아니라 색이 노란색 등으로 변하는 상태여서 A군이 오랜 기간 폭행당한 사실을 입증했다.

가해 학생들은 지난 9월을 전후해 A군의 집에 있는 목검, 단소, 격투기용 글러브 등을 이용해 폭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해 자신들의 행동을 일부 인정했지만 여전히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격투기를 하는 A군의 친형(고교생)이 사용하는 다양한 운동기구로 이 같은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의 아파트 CCTV를 날짜별로 분석해 이들의 폭행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지난 3개월 동안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를 분석해 A군의 아파트에 출입한 횟수, A군과 함께 이동했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그러나 가해 학생들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 당초 실시할 예정이던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는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또 다른 동급생 한 명이 A군에게 추가로 폭력을 휘두른 사실을 확인하고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 학생으로부터 A군을 무릎 꿇리고 손을 들게 하는가 하면 숙제를 대신시키고 뺨을 때린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편 A군이 다니던 학교의 2학년 학생 331명 가운데 15명(4.5%)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은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소화불량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면담이 필요한 학생들은 숨진 A군과 평소 친분이 있던 학생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청과 학교 당국은 상태가 심각한 학생에 대해서는 병원치료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대구=문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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