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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인간' 임재범에 대한 오해와 이해 그리고 사실

입력 : 2010-04-15 12:55:59 수정 : 2010-04-15 12: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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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난 현실 적응 못하는 어린애"

 


[세계닷컴] 사람들은 종종 오해에 휩싸인다. 그런데 이 오해라는 것이 자신의 행동때문에 벌어지기도 하지만, 아무 이유없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들도 이미지와 소문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특히 그 당사자가 연예인이고, 대중에게 노출도가 떨어질 경우 이런 오해는 급속히 커져버린다.

가수 임재범이 그렇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며 거칠고 무거운 심성을 지녔으며, 자신을 드러내보이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런데 6년 만에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 나온 임재범은 달변이었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했으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녔다. 인터뷰 말미에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면 예능 늦둥이로 성공할 수 있겠다"라는 기자들의 평가가 나온 것은 허언이 아니었다.

"신비주의? 그런 것 모른다"

임재범은 앨범이나 콘서트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가수다. 음악 방송에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건네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임재범은 뭔가 있다"라는 시선이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 이에 임재범은 그냥 자신이 힘들어서 그랬을 뿐, 무엇인가 계획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저는 가수로서 앨범을 내고 무엇을 해야한다는 계획이 없었어요. 요즘 가수들처럼 노래를 하면 앨범을 내고 방송도 하고 홍보도 하면서 자기를 많이 알리기 위해 오픈을 해야하는데, 저는 그것을 거부했고 스스로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데, 제가 그것에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는 없잖아요. 제 스스로 기존의 룰대로 움직여지지 못하겠더라고요. 음악을 좋아했을 뿐인데, 그런 것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은 못하고 끙끙대다가 혼자 도망가고 그랬죠. 제가 감당을 못하겠더라고요. 그 당시 6~7개 스케줄을 잡아놓기도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못하는 것은 못하겠다고 했죠. 가수가 스케줄대로 움직여지는 것을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사람들이 임재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솔로 가수 중에 최고의 가창력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관심을 갖고 높은 기대치를 보이는데, 모습은 보이지는 않으니 별별 말이 다 나오는 것이다. 어찌보면 가창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이 본인에게도 큰 부담이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제 자신이 스스로 환상에 빠뜨렸어요. 난 여기서 잘하는 놈이구나라고요. 두번째는 주위에서 잘한다고 하니까 잘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다음 단계로 내가 가진 재주는 결국 내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창법이 아니구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런 쓸데없는 자만심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잘난 맛이 있었죠. 또 언론에서 최고의 가창력이라고 평가해준 것이 저에게는 역효과가 난 셈이죠. 병을 키웠던 거에요.만일 냉정하게 평가를 받았다면 더 노력을 했겠지요. 칭찬들이 저에게는 도리어 독이 되고, 전 거기에 만족을 하고 함부로 행동을 한 것이죠"

본인의 말과 달리 어찌되었든 임재범에 대해 사람들은 '최고'라는 수식어를 고민없이 달아준다. 그러다보니 임재범을 따라하는 후배들 역시 속속 등장했고, 처음으로 선보인 '소올'이라는 창법이 '소몰이 창법'으로 진화되어 한때는 너무 가요계를 평준화시킨다는 말까지 들었다. 박효신은 물론 휘성, SG워너비 등이 그들이다.

"왜 이친구들이 소몰이로 오인을 받을까. 왜 난 처음으로 목동이 됐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웃음) 기왕이면 이승철이나 다른 뮤지션을 따라하지 왜 날 따라할까 고민도 했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당시 기획자 분들이나 많은 분들이 제 소리를 인정해주신 것 같아요. 가수가 되겠다는 친구들을 많이 이쪽으로 인도한것이죠. 그 친구들은 아마 저랑 똑같다고 말하면 싫어할꺼에요. 저도 제 목소리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하면 싫어하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그래서 그 친구들을 조금 미워했는데, 지금은 다 이뻐요. 한번은 이런 생각도 했어요. 소 모는 친구들, 목동들 모아서 같이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라는. 그런데 아니겠죠? (웃음)"

"잘되면 슬럼프 자주 와…사람들이 알아보면 심장 두근두근"

이런 임재범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딜까. '소올'을 처음으로 선보인 가수답게 '느낌'을 강조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임재범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저는 템포가 약간 틀리더라도 느낌을 강조해요. 가사와 제 소리가 합일이 되서, 그 메시지를 느끼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요. 어느 때는 가사는 심각한데, 노래를 들으면 아닌 경우가 있죠. 그 가사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하죠. 그래서 급박하게 짧은 시간 안에 노래를 해야할 경우가 생기면 그 가사를 계속 보고 있어요. 보고 또 보고. 모두 삶의 추억이 있잖아요. 그것을 이입해서 만들어요. 영화를 떠올리기도 하고 정 안되면 사진 한장을 달라고 해서 이입을 해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한 80%는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가 길어질수록 임재범은 점점 달변가가 됐다. 결국 또다시 떠오르는 의문은, 왜 저런 달변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과 노출하는 것을 꺼려할까라는 것이다.

"저는 가수건 배우건 하나의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을 대중들이 보고 재미있어 하고, 가수와 배우들은 더 연기를 하고요. 그런데 가수로서 제가 그렇게 해야된다는 괴리감이 저를 이 바닥에 안주할 수 없게 만든 것 같아요. 사인도 해주고 방송횟수도 늘어나고하는 것을 즐겨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해요. 아마 '이 밤이 지나면' 활동할 때 딱 한번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런 것이 사실 저희의 에너지인데 왜 즐기지 못하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어요. 그러다보니 자꾸 도태되고 은퇴 아닌 은퇴가 되어버리고, 재기 아닌 재기가 되어버린 셈이죠. 또 제가 감수성이 예민해요. 예를 들어 굉장히 심각한 영화를 보면서 몰입되면 제가 그 모습이 되어 며칠을 살아요. 이때문에 집사람이 힘들어해요. 털어낼 것은 털어내고 가야하는데 다 흡수하거든요. 그래서 저 스스로 예술가라기보다는 아직 세상에 적응 못하는 애라고 생각해요. 계속 그러다가 죽을것 같아요. 오지도 않을 미래까지도 고민하죠. 무슨 고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한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슬럼프는 앨범이 성공하거나, 인지도가 올라갈 수록 더욱 버겁게 찾아온다.

"슬럼프는 매일 와요. 잘되면 더 많이 오는 편이죠. 그것을 즐겨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무게감으로 와요. 못 견디는거에요. 차라리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편해요. 길거리에서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저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심장이 벌렁벌렁해요. 그게 희한해요.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면서 말이죠. 그런데 또 어느날 음악이 저를 건드리는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 심리적으로 또 움직여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또 건드는거죠. 어쩔 수 없이 내재된 끼인 것 같아요. 노래가 감당되든 안되든 또 해요. 노래가 좋은 거에요. 나중에 그것이 무게로 다가올 것을 뻔히 알면서요"

신기한 것은 사람만 만나도 심장이 두근되는 임재범이 콘서트 등 무대는 사랑한다는 것이다. 수백~수천명의 관객들 앞에서는 감성 예민한 인간 임재범이 아니라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는 가수 임재범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공연에 들어가고 암전되면 관객들을 보기 두려우니까 처음에는 45도 이상 고개를 올리고 노래를 해요. 그러다가 나중에 관객들이 전부 눈에 들어와요. 그게 도리어 편해지면서 공연을 할 수 있게 하죠. 제가 밖에 나가서 개개인의 사람들을 만나기는 두려운데, 만명이든 2만명이든 (무대에서는) 그 에너지가 저에게 와요. 그것은 좋아해요. 무대에 올라가면 '그만하세요' 할 정도로 떠들고 노래하고 그러죠"

이런 성격의 임재범을 언론에, 무대에 다시 올라가게 하는 일이 최근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최근 종영한 KBS2TV 드라마 '추노'에서 임재범이 OST곡 '낙인'을 불러 큰 인기를 모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추노'를 본방 사수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 1,2회 밖에 못봤어요. 그 이유가 아이를 늦어도 9시30분에는 재워야 하거든요. 추노 1,2회를 같이 봤는데, 다음날 학교 가기를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전 제가 노래 부른 것은 창피해서 안보거든요. OST를 부른 '동감'도 아직 제가 못 봤어요. 그래서 누가 OST 부른 작품에 대해 물어보면 사실 대답을 못했어요. 그런데 '추노' 잠깐 봤는데, 장혁씨나 오지호씨나 저나 억지로 끼어맞춰보면 모두 아랍스타일로 생겨서 정이 가더라고요. (웃음) 드라마도 색다른 스타일이라 정이 가고요"

"환경적 배고픔은 해결하더라도 음악적 배고픔 느껴야"

또하나는 '산책'이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만큼 팬들의 기대도 큰 콘서트다. 이를 위해 임재범은 현재 모든 곡을 편곡하고 있다고 한다.

"타이틀을 고민하다가 '4월의 산책''5월의 산책' 이렇게 나왔는데, 수식어 없이 그냥 '산책'으로 가자고 결정이 났죠. 그 느낌에 맞춰 현재 모두 편곡을 했고요. 이전에는 90년대 초반 느낌의 사운드였다면 이번에는 '산책'에 맞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전에는 고집펴서 혼자서 공연을 했다면 이번에는 게스트도 있어요. '산책'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저도 편안하고, 관객들도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뭐 사실 콘서트가 심심할 수도 있고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한분이라도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느낀다면 저도 기분이 좋겠죠"

2시간 가까이가 지난 인터뷰 시간에도 임재범은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그러나, 어느 덧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대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음원도 구하기 힘들고 음악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원판, 백판을 구하려 치열하게 경쟁했죠. 원판 구한 친구는 백판 만들어서 돈을 버는 친구도 있었고요. 그만큼 음원, 음악에 대한 소중함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가게가서 아이스크림 사먹는 것보다 음원 구하기가 쉬워요. 음악을 하는 목적이 돈을 벌려한다는 것도 인정해요. 욕할 수는 없죠. 그런데 그 목적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기는 '음악을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것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인 셈이죠. 음악적 배고픔이 없는거죠. 생활이 안정되어 있더라도, 음악적 배고픔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주위에서 음악적 배고픔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음악적 배고픔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명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대중들 역시 최근에 소비되는 음악을 휴대폰 벨소리로, 컬러링으로 이용하면서도 어느 순간 김현식의 노래를, 신중현의 노래를 찾는다. 임재범은 이를 '진실성'에서 찾는다.

"그 당시 노래에는 진실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그 소리를 찾기 위해 술을 마시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죠. 저희 세대까지도 소리를 만들기 위해, 감정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그 진실성을 찾으려 했죠. 김현식 선배님이나 신중현 선생님도 많은 곡을 듣고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말하면 영혼을 담으려 했죠. 지금 다른 음악이 영혼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찍어내는 것도 많잖아요"

인터뷰를 마칠 즈음 임재범에 대한 선입견은 이미 깨졌다. 본인 스스로 말하듯이 무게 잡는 것을 하지 못했다. 그런 임재범에게 지금까지 말했던 '인간 임재범'에 대해 정리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어린애고 우울증 환자고 노인네에요. 아직 현실에 적응을 못해요. 어떻게 살아야되는지 시스템을 아는데, 거기에 적응하거나 만족하지 못해요. 나룻배를 타고 가면 그대로 타고가면 되는데, 웬지 여기를 날아서 가고 싶어해요. 무모한 도전이고, 그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보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결국은 나룻배를 그대로 타고가는 성격이죠"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블로그 http://back-ent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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