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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노예계약’ 파문,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입력 : 2011-01-31 22:21:37 수정 : 2011-01-31 22: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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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수익 분배구조 불합리” 기획사 “초기 투자비용 생각않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류스타로 떠오른 걸그룹 카라의 해체 위기가 연예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카라의 한승연과 정니콜, 강지영, 구하라가 소속사 DSP미디어(이하 DSP)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카라는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각종 연예 단체와 관계자들은 비난과 옹호의 목소리를 내며 양분된 상태다. 이러한 분쟁이 자칫 어렵게 일구어놓은 신 한류시장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은 공통된 의견이다. 단순히 카라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소속사인 DSP미디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카라의 세 멤버(정니콜, 한승연, 강지영)의 법률 대리인인 홍명호 변호사(왼쪽)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입장을 전하고 있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에 이어 걸그룹 ‘카라’도 노예계약 논란을 불려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 사건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예계약’ 논란을 불러일으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연예계 ‘노예계약’ 문제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승훈과 박진영, 조성모, 이효리, 엄정화 등 인기 연예인들과 매니지먼트 관계자들 100여명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인기가수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연예인 노예계약’과 관련된 편파 보도에 대해 MBC가 공식 사과를 할 때까지 무기한 출연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노예 계약’이라는 용어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이들은 MBC 출연 거부라는 카드까지 내놓으며 울분을 토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명예를 논하기 전에 동료 연예인들이 고통당하는 것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요지였다.

극히 일부라고 주장했던 과거와 달리 10년이 지난 지금, 연예계의 이 같은 ‘노예 계약’ 문제는 예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최근의 동방신기와 카라 등 국내외 정상의 인기를 달리던 연예인들을 비롯 크고 작은 소속사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노예계약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권리를 주장하지만, 결국 어느 한쪽도 승자가 없는 씁쓸한 결과만 남을 뿐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아직도 되풀이되는 ‘노예계약’ 논란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널 어떻게 키웠는데…” VS “회사가 해준 게 뭐 있나”

연예인과 소속사와의 분쟁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이자 고통이다. 하지만 최근 신문 지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연예인들과 소속사 간의 싸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소송’이 연예계 핫 키워드로 떠오를 정도다.

‘뜨더니 변했다’는 소속사의 억울함과 ‘문제가 많았다’는 연예인들의 주장은 쉽게 풀리지 않는 분쟁 중 하나다. 연예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활동 방향에 따라 새 둥지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하지만, 전 소속사들은 무명이었던 연예인을 스타로 키워내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을 앞세우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대부분의 소속사 분쟁은 연예인들이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시작된다. 최근 카라의 멤버 한승연과 정니콜, 강지영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DSP는 소속사 지위를 악용해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을 강요하고 인격을 모독했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매니지먼트 업무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카라의 이번 전속계약 해지 통보 소식은 2009년 동방신기의 김재중과 박유천, 김준수 그리고 같은 해 슈퍼주니어의 한경에 이어 생긴 대형 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수많은 한류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인 측면까지 번졌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동방신기는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부당계약 관련 법정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2009년 일본과 한국에서 900억원이 넘는 음원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제는 연예계 산업이 엔터테인먼트 요소에서 명실상부한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으나, 이들의 대우는 아직 열악하다. 때문에 변화의 흐름에 맞는 수익 분배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분쟁의 원인은?

소속사 갈등의 원인에 대해 많은 연예 관계자들은 금전적인 이유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소속사 측에서는 어렵사리 톱스타로 만들어냈지만, 명성에 걸맞은 거금의 유지비가 따라붙고 로드매니저나 코디네이터, 홍보 직원 등 회사 운영비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는 전체 수익 구조를 우선시하고, 연예인은 개개인의 수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갈등이 생기게 된다.

JYJ의 박유천은 자작곡 ‘이름 없는 노래 파트’에서 ‘해외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실적을 올렸단 소리, 그때 받은 정산서엔 실적이 마이너스 4000만원이었다’라며 ‘내가 잘못 본 거라 생각하고 다시 확인을 해보니 모든 것이 경비였다’라고 쓰며 동방신기로 활동할 당시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사의 입장은 또 다르다. 연습생 시절부터 인기 스타로 만들기까지의 투자 비용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내 한 가수 매니저는 “데뷔하기까지 2년이 걸린다고 치면 그동안의 숙소비, 노래와 춤 연습비 등 비용이 3억∼5억이 든다”며 “인기를 얻게 되면 당장 가수들에게 그 수익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데뷔하기 전의 투자 비용이 회수된 이후부터 정산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확한 법규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동방신기가 SM과 13년 전속계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예계약’ 파문이 다시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들의 전속계약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시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권장사항일 뿐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국내 연예인 소속사는 역할과 영향력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단순히 스타를 키워내기 위한 발굴 과정뿐 아니라 언론 홍보와 방송 출연 등 그 운용 규모는 거대화할 수밖에 없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인데, 투자와 회수의 관점에서 봤을 때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두정아 세계닷컴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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