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김연아는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올림픽에 맞춰 짜놓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금메달 작전’에 들어간 지 오래다. 그것도 전주와 시차가 무려 14시간이나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다. 피겨선수들이 보통 대회에 출전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함은 물론이다. 만약 올림픽이란 중대사가 없었다면 김연아가 4대륙대회에 참가할 확률은 높았을 게다.
김연아가 4대륙 대회에 출전한다면 시차 등 외적환경뿐 아니라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릴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5번의 국제대회를 모두 석권한 김연아가 4대륙대회에서 우승하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그 후유증은 올림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김연아가 4대륙 대회에 참가하는 의의는 매우 희박하다. 대다수 국민도 그가 올림픽에만 ‘올인’할 것을 바라고 있다.
연맹은 특정 대회의 참가 여부가 선수에게 도움이 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도 중요하지만 선수 개인의 의견과 인권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반 위의 주인공인 선수의 입장을 우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다행스럽게 결말이 났다. 소중한 경험을 일과성으로 흘려버려선 결코 안 될 일이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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