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입상 위해 美 고지대 전지훈련 추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한다.’
2011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던 한국남자 마라톤이 런던올림픽에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다시 끊임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하 육련)은 3일 서울 송파구 연맹 사무실에서 집행부 회의를 열고 런던올림픽을 대비한 훈련 일정과 대표 선수 선발 계획을 논의했다.
육련은 대구 세계대회에서 ‘10-10(10개 세부종목에서 10위 내 입상)’ 목표 달성에 실패한 뒤 지난해 11월 집행부를 대거 교체하고 대표 선수도 100명에서 55명으로 줄이는 등 소수 정예 전략으로 전환했다. 마라톤, 경보, 장대높이뛰기, 멀리·세단뛰기 등을 올림픽 전략종목으로 선정하고 집중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중 관심이 최대 집중된 종목은 남자 마라톤이다. 한국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땄고, 이봉주가 1996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역대 올림픽에서 정상권을 넘봤다.
올림픽에서 상징성이 큰 마라톤은 런던올림픽에서도 폐막종목으로 선정됐다. 런던올림픽 폐막일인 8월13일 열리는 마라톤은 기존 런던마라톤 코스를 그대로 쓴다. 그리니치 공원을 출발해 템스강, 타워 브리지, 버킹엄궁 등 런던의 명소들을 지나치는 코스는 평탄하기로 유명해 세계 신기록 작성도 점칠 수 있다. 2002년 런던마라톤에서 할리드 하누치가 2시간5분대를 찍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간판선수 1∼2명을 보유한 다른 종목과 달리 한국 남자 마라톤은 은퇴한 ‘봉달이’ 이봉주의 뒤를 이을 만한 재목을 육성하지 못해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 마라톤 중흥의 에이스로 부상한 지영준(32·코오롱)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월계관을 쓰면서 ‘포스트 이봉주’의 선두주자로 나섰으나 지난해 잦은 부상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아예 결장하면서 남자 마라톤은 또다시 구심점을 잃었다. 한국 마라톤은 대구 대회에서 단 한 명도 20위권 내 입상조차 못하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풀코스에 세 번째 도전한 정진혁(22·건국대)이 2시간17분04초를 기록하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23위에 올랐을 뿐 대부분은 30위권 밑으로 처졌다.
연맹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런던올림픽 대표로 뽑힌 마라톤 선수들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또는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등 고지대로 보내 장기간 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닥에 떨어진 마라톤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지구력과 스피드를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다. 1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판가름 날 예정이다.
현재 남자 마라톤 선수 가운데 지난해 1월1일부터 소급 적용되는 런던올림픽 기준 A기록(2시간15분00초)을 통과한 선수는 정진혁뿐이다. 정진혁은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찍고 깜짝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영준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3월 18일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올림픽 기준기록에 도전한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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