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저하 부작용은 부모들 기우, ADHD 조기진단·약물복용 핵심
제때 치료땐 90%이상 완치 가능” 겨울방학이 다가오며 학부모들 사이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녀의 담임교사로부터 “ADHD가 의심된다”는 말을 들은 학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최근 몇 년 동안 ADHD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이 많이 해소됐으나, ‘ADHD 치료제 복용이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의 식욕을 떨어뜨려 발육을 저해한다’는 인식 탓에 치료제 복용을 꺼려 온 게 사실이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팀이 최근 “ADHD 치료제 복용이 아이들의 성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연구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김 교수팀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한 어린이 157명의 키와 몸무게를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미국소아청소년정신약물학회지에 게재했다. 김 교수에게서 이번 연구의 의의와 ADHD의 효과적 진단·치료 등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연구 결과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뒤 처음 1년 동안만 성장에 미세한 영향이 있었어요. 8세 남아를 기준으로 평균보다 키는 0.43㎝ 작고 몸무게는 0.67㎏ 가벼운 현상이 관찰됐죠. 그러나 이후로는 또래와 똑같은 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보였습니다. ADHD는 조기 진단과 더불어 적절한 약물 복용이 치료의 핵심이거든요. 이번 연구를 통해 ADHD 치료제가 우리나라 아동의 성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점이 입증돼 안전한 약물 치료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충동적인 과잉행동을 보이는 게 대표적 증상이다. 일부 부모는 자녀가 무슨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치료하기는커녕 진단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증세가 나타났을 때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조기 진단을 받은 뒤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ADHD를 앓는 어린이들은 또래에 비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것은 지능이 낮아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잦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죠. 주의력 부족과 그에 따른 학습 부진의 근본 원인이 ADHD에 있음을 직시하고 빨리 진단과 치료를 거쳐 제거해야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오른쪽)가 어린이와 상담을 하고 있다. |
“ADHD 아동의 부수적인 행동 문제들은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대화 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 간에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죠. 부모는 아이를 먼저 이해하고 목표를 정해 낮은 단계부터 하나씩 지도한다는 생각으로 일관성 있고 통제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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