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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얕은 숨엔 '존엄한 生'이 담겼다

입력 : 2009-07-23 11:33:52 수정 : 2009-07-23 11: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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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金할머니 한달째 생존 기적… 지난달 2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원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지 한 달. 김모(77) 할머니는 호흡기를 떼고서도 스스로 힘으로 숨쉬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병원과 가족에 따르면 김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곧 사망할 것이라는 진단과 달리 안정적으로 자발호흡을 하고 있다. 산소포화도나 맥박, 혈압, 체온 등의 수치도 정상범위에 머무르며 폐렴이나 욕창 등 합병증도 없다.

김 할머니의 맏사위 심치성씨는 “호흡기를 제거하고 보름이 지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열이 있거나 무호흡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안정적”이라며 “호흡기를 끼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안색도 좋고 표정도 편안해졌다”고 전했다.

주치의 박무석 교수는 “2주∼한 달이 고비라고 판단했는데 안정 상태를 보여 장기 생존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중간에 무호흡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무 말 없이 밭은 숨을 내쉬는 김 할머니가 사회에 일으킨 소용돌이는 컸다. 특히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존엄사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존엄사 시행 후 생존’이라는 모순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소송을 대리한 신현호 변호사는 “애초 존엄사나 죽을 권리를 확인하려는 소송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이번 판결은 존엄사를 인정한 게 아니라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권 혹은 연명치료 선택권을 인정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존엄사 법제화 논의에 앞서 사회적으로 합의해 개념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배종면 연구위원은 “현재 소극적 안락사, 존엄사, 자연사, 연명장치 유보 또는 제거라는 개념이 뒤섞여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념 및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과잉진료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환자 가족 측은 ‘인공호흡기 없이도 자발호흡을 하는 것은 호흡기 부착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였음을 보여준다’며 병원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 부착은 생명유지를 위한 최선의 의학적 판단이었고 다른 병원 의사들도 호흡기 제거 후 곧 사망할 것으로 봤다”며 “과잉진료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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