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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국제행사 한다더니 돌잔치… 사은회…회갑연

관련이슈 新개방시대…지자체 국제화 현주소

입력 : 2008-01-15 16:06:19 수정 : 2008-01-15 1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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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국제행사 유치 취지 퇴색… 연회장 전락
공급과잉 탓 가동률 높아도 수익성 떨어져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욕심’내는 컨벤션센터. 그러나 컨벤션센터가 유지되는 실상은 국제화와 거리가 멀었다.

컨벤션센터가 전국에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가동률도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 50∼70%에 이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반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딴판이다. 컨벤션센터 건립의 명분이었던 국제행사 유치는 빛바랜 지 오래고 수익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돌잔치·송년회 등 각종 연회가 ‘단골’=전국 7개 컨벤션센터를 움직이고 있는 행사는 각종 돌잔치·회갑·결혼식 같은 가족연회와 송년회·이·취임식 등 기업연회가 많았다. 컨벤션센터들이 광주(31%)를 제외하고 지난해 가동률이 모두 5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국내행사 ‘덕분’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경남의 경우 지난해 행사의 33.6%에 해당하는 414건이 연회였다. 이 중 돌잔치 같은 가족잔치가 124건, 연말 송년회가 32건, 각종 이·취임식이 17건을 차지했다. 광주와 제주도 각각 162건(28.6%), 22건(13.5%)으로 연회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제행사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경기의 경우 ▲2006스마트홈네트워크쇼 ▲제4회 홈쇼핑 산어대전 ▲취미여가박람회-산악등반전 등은 외국인이 10명 이상 왔다는 이유로 국제행사로 분류되긴 했으나 성격상 국내행사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콘서트부터 광고촬영, 슈퍼모델대회까지=각종 콘서트들도 컨벤션센터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콘서트는 지난해 가동률 70%로 가장 ‘바빴던’ 대구(19건)가 가장 많았다.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장르의 콘서트부터 조용필, 임재범 등의 가수콘서트, 그리고 ‘로열필오케스트라 콘서트’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이 밖에 부산(10), 제주(9), 광주(8), 경기(7), 경남(4) 등에서도 콘서트는 빠지지 않았다.

톡톡 튀는 이색행사도 많이 열렸다. 제주도에서는 샴푸 광고촬영, 신규 직원 채용면접, 동거부부 합동결혼식이 열린 것을 비롯해 ▲스타리그 결승전, 전국점포장 전략회의(경기) ▲특선뷔페, 최고경영자코스, 대학교 사은회(창원) ▲의류행사, 대학졸업작품전(부산) ▲국내산 자료 무료시식회, 특목중고 100% 합격을 위한 설명회(광주) ▲2006슈퍼모델 한국 본선대회(대구) 등도 눈길을 끌었다.

◆정치와 행정기관 행사도 한몫=광주에서는 유난히 정치인들과 관련된 행사가 두드러졌다. 특히 지난해 있었던 5·31지방선거 당시 호남 표심에 목말라하던 정당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듯 민주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주최한 행사들이 경쟁하듯 열렸다.

민주당이 5·31지방선거 광주·전남 당선자 워크숍 등 5건, 열린우리당이 광주시당 5·31선거필승대회 확대간부회의 등 3건, 한나라당이 인재영입위원회 지역순회세미나를 이곳에서 개최했다. 그외 전직 국회의원 및 장관들의 기자회견도 보였다.

제주는 각종 행정기관의 행사들이 몰려 있었다. 전국 시·도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미나나 워크숍이 수시로 열리는가 하면 제주도 스스로도 자체 행사를 컨벤션센터에서 많이 열었다.

◆따로 노는 가동률과 수익=기이한 것은 컨벤션의 가동률이 갖가지 행사로 높아지고 있지만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컨벤션센터 난립으로 자체적인 출혈경쟁이 심한 데다 자그마한 국내행사의 경우 수익에 별반 보탬이 되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 코엑스는 2001년부터 6년째 내리 적자에 빠져 있고 경기 고양(2006년 72억원 적자), 광주(〃 42억원 적자), 대구(〃 19억원 적자), 경남 창원(〃 14억원 적자)도 적자액이 적게는 14억원, 많게는 72억원에 달하고 있다. 제주(2003년 71억원→2006년 29억원)도 갈수록 수익이 줄고 있고 부산도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우석봉 박사는 “전시컨벤션센터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공급과잉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우리 컨벤션센터들에서 UFI(국제전시연합) 인증을 받은 전시회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 팀장, 김귀수·박은주·김창덕 기자

special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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