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에 욕설이 담긴 악성댓글을 남겨 파문을 일으킨 네티즌의 미니홈피 |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베이징 올림픽 유도 73㎏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에 한 여성 네티즌이 악성 댓글을 남기며 ‘네티즌 전쟁’ 수준의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왕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원희 선수를 꺾고 베이징에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11일 결승전 직후 왕 선수의 누나 정아(22)씨는 “국민들이 ‘이원희 선수가 나갔으면 금메달을 따서 돌아왔을텐데’ 하고 여기실까봐 가장 걱정된다”며 “그러나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워하고 통탄스럽게 여기는 것은 기춘이일 것”이라며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부탁했다.
걱정은 기우인 듯 보였다. KBS 보조해설자로 중계석에서 결승전을 지켜봤던 이원희 선수는 “은메달도 대단한 것”이라며 “아직 스무살인데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조금 더 연마한다면 다음 올림픽에선 꼭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왕 선수의 미니홈피에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의 땀방울이 더 소중해요” 등 네티즌들의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11일 왕 선수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욕설과 함께 ‘고작 은메달 밖에 못하냐? 금메달을 가져와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간 막말 싸움이 시작됐다. 왕 선수의 미니홈피를 찾은 다른 누리꾼들이 해당 글을 작성한 네티즌의 미니홈피에 접속해 비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 그러나 이 네티즌이 ‘왕기춘은 결국에 졌다. 약오르면 찾아오라’, ‘왕기춘에게 다시 금메달을 가져오라고 하라’ 등의 내용을 담긴 글로 자신의 미니홈피를 찾은 네티즌들을 조롱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결국 디씨인사이드 갤러리 등에서 이 네티즌이 다른 네티즌의 ‘집중 공략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네티즌들은 문제의 글을 캡처한 화면을 여기저기 퍼나르기 시작했고, 심지어 어떤 네티즌이 이 네티즌의 주소와 전화번호, 소속 대학까지 찾아내 공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네티즌이 명예훼손을 ‘명예회손’으로 오기했고, 네티즌들은 ‘회손녀’라는 별명을 붙이며 한때 한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1위에 ‘회손녀’가 오르기도 했다. 또 네티즌들은 해당 네티즌이 과거에 올렸던 글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욕보였다’, ‘동방신기를 모독했다’며 더욱 거센 공격을 펼쳤다. 이 소식이 동방신기 팬들에게도 전해지며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제의 네티즌은 오히려 ‘왕기춘은 도봉구의 수치’, ‘전화번호를 알아냈으면 전화를 해야지 왜 끊고 마느냐’면서 오히려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여 네티즌 사이에 전쟁 수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블로거는 “나 또한 왕기춘에 대한 기대감은 컸기에 11일 결과는 아쉬움과 조금의 실망은 있었지만 스포츠선수가 항상 1등만 해 올 수 없는 것이며, 뜻대로만 될 수 없는 것이 있 다”며 “개념 없는 글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