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변천과정 보여주는 살아있는 옥외 실험실”
쥐방울덩굴과 두루미 환경부 등 민관 합동조사단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DMZ 서부 일대에서 발견한 쥐방울덩굴과 두루미. 환경부 제공 |
6·25전쟁 이후 50여년 만에 비무장지대(DMZ) 내부를 직접 확인한 전문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DMZ 생태·삼림·문화재’ 민관 합동조사단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DMZ 서부지역 조사 마지막 날인 14일 연천평야 일대의 습지를 가리키며 “직접 보고 정말 흥분했다.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환경부, 서울대 생태조사단 등 20명의 민관 합동조사단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DMZ 서부지역을 살펴 모두 180여종의 생물체를 확인했다.
이 중 13종은 천연기념물 또는 보호가치가 높은 희귀종이었다. 특히 연천평야는 완벽한 자연습지로 평가됐다. 연천평야 지역은 과거 농경지, 민가 등이 있었으나 5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자연습지로 변화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Ⅰ급인 두루미 35마리가 발견됐고,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지표생물도 확인됐다. 52종의 동물과 12종의 식물이 생태적 변천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살아 있는 옥외실험실’이라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두루미는 파주 대성동과 새울천에서도 17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 강원 철원평야에 200여마리가 있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DMZ 서부지역에 수십마리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조사단은 철새 7000여마리도 목격했다.
그러나 대형 포유류는 많이 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DMZ 일대의 생태계 보전 대책 수립과 생태·평화공원 조성 등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 차원에서 2010년까지 중부와 동부 지역 등 DMZ 전역을 조사할 계획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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