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12자리 숫자에 지난 6개월간 세상이 떠들썩했다. 사이버 경제 논객 `미네르바'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이 두 IP(인터넷 송.수신자를 식별하기 위한 주소)가 유일한 단서였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는 작년 3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200여 편 가량의 글을 올려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세간의 관심을 더욱 끌었다.
이런 미네르바의 정체가 검찰에 의해 드러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30대 네티즌을 7일 인터넷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모(30.무직)씨는 그간 `미네르바'라는 ID로 최근 경제 및 금융위기와 관련된 100여편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으나 경제학을 공부했거나 외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는 전문대 졸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체포 시한인 9일까지 박씨를 조사한 뒤 혐의가 구체화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9일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게시되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미네르바가 주목받은 것은 작년 7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한국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리먼브라더스 파산 예측으로 시중에는 `미네르바 신드롬'이라 부를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현 정부의 정책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환율,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예리한 미네르바의 분석에 투자자와 네티즌들이 열광했다.
미네르바의 글은 건당 평균 조회수 10만을 훌쩍 넘기는 등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작년 8월과 9월의 급격한 환율변동 사태 등이 맞아 떨어지면서 그에 대한 사이버상의 신뢰는 정점으로 치달았고, 그 이후 틀린 예측에도 이런 분위기는 크게 식지 않았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작년 10월 무렵 기사화되기 시작했고, 온라인상에는 그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부르면서 `미네르바를 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등의 글이 넘쳐났다.
이런 세간의 폭발적 관심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미네르바는 작년 9월, 10월, 11월에 활동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다시 글을 올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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