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인터넷에 올린 글 100여건 모두 내가 썼다" 진술
檢, 진짜 미네르바로 추정… 또다른 공범있는지 조사
◆30대 무직자, “내가 미네르바”=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9일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모(30)씨를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2월29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 게시판인 아고라에 ‘대정부 긴급공문발송-1보’란 글을 통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미네르바’는 당일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오늘 오후 2시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검찰에서 “이 글을 포함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올린 글 100여건이 모두 내가 쓴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공범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뚜렷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대학 전공도 경영·경제학과와 무관하고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한 경력도 없으며, 경제학 서적을 탐독해 독학으로 경제 지식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미네르바’는 외국계 증권사 근무 경력이 있는 50대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출국 경험도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집에서 ‘미네르바 ID’로 글 올려=검찰은 단정하진 않았지만 박씨가 ‘미네르바’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측에서 ‘미네르바’를 ID로 쓰는 회원 신상명세와 인터넷 주소(IP) 등을 넘겨받아 수사했기 때문이다. 다음 측도 ‘미네르바’가 30대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아고라에 문제 글이 올려진 직후 증권가 사설정보지 등을 통한 유언비어나 허위사실 유포 사건을 전담하는 마약조직범죄수사부를 통해 수사에 나서 일주일 만인 전날 박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IP를 추적하기 어려운 PC방이 아닌 자기 집에서 인터넷에 글을 올린 바람에 쉽게 붙잡혔다.
이전에도 정치권 등에서는 ‘미네르바’에 대한 형사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검찰이 수사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올린 글이 다소 과장됐더라도 경제위기 상황을 지적하거나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의견 개진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검찰도 박씨가 ‘미네르바’로 최종 판명나더라도 인터넷에 올린 모든 글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를 이용해 허위 통신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 관련기사 ]
◆ "쓴소리 했다고 체포라니"…네티즌 불만 쏟아져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실체는 30세 무직男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