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등에 따르면 판례는 경찰이 불법시위를 진압할 때 최소한의 물리력만 사용해야 하고 ‘안전한 해산’ 위주로 진압함으로써 시위 가담자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을 때 책임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이를 어긴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 즉 불법 집회일지라도 경찰 과잉진압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국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경찰은 이날 용산 재개발구역 주민이 농성에 들어간 지 25시간 만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철거지역 강제 진압은 보통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한 뒤 최후 사용하는 수단이다. 더구나 농성자들이 시너와 화염병 등으로 무장해 인명 피해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소송제기 시 국가 책임을 놓고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은 2005년 서울 여의도에서 쌀개방 반대 집회를 벌이던 농민 2명이 경찰 진압으로 숨졌을 때 “경찰 과잉진압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유족에게 1억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화재로 보인다. 따라서 과잉진압이 화재의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거나 경찰 측 과실로 화재가 났다고 밝혀질 경우 국가 책임이 크겠지만, 철거민이 적극적으로 방화했다면 국가 책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찰 측은 “특공대가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전날 쌓아올린 망루에서 아래로 시너를 뿌리면서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방화 원인이 철거민쪽에 있을 경우에는 사망한 경찰 측 유족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낼 수도 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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