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랑이 빚어낸 순백의 타지마할

입력 : 2009-03-05 22:03:13 수정 : 2009-03-05 22:03: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印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 아내 죽음 애도하며 지은 ‘애모의 금자탑’
세계 7대 불가사의 꼽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타지마할(Taj Mahal)’. 인도 북부 아그라 교외에 세워진 인도 이슬람 예술의 걸작이다. 그 뒤편으로 자무나강이 흐른다. 인도 무굴 제국의 5대 왕 샤자한(1592∼1666)의 통치시절, 무굴 제국의 문운(文運)은 최고조에 달했으며 영토는 데칸고원 남부에 이르렀다. ‘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을 가진 타지마할은 샤자한이 왕비 뭄타즈 마할이 죽자 그녀의 무덤으로 건축한 것이다.

타지마할은 그 앞에 광장처럼 너른 성채가 형성돼 있다. 붉은 사암으로 된 성채는 동서남북으로 4개의 문이 있고, 동쪽 문으로 들어가 북쪽 문으로 나서는 순간 순백의 황홀한 타지마할과 만난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타지마할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을 찾아 가는 길. 그곳은 딴 세상이었다. 며칠동안 사람과 동물이 뒤엉켜 살고, 길에서 어슬렁거리는 소, 손으로 땔감용 소똥을 줍는 아낙네들만 보이는 ‘카오스의 세계’에서 지내다가 벗어나 성채 안으로 뛰어드니 기절초풍할 세상이다. 동쪽 문을 통과해 회랑처럼 생긴 통로를 지난 뒤 북쪽 문을 향해 다가갔다. 붉은 사암으로 된 아치형 문 안에 실루엣처럼 보이는 사람들 뒤로 타지마할이 눈에 들어온다.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아름다움이었다. 북쪽 문을 빠져나오자마자 150여m 앞에 타지마할이 우뚝 서 있다.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매혹적이다. 결코 사진에 왜곡은 없었다. 그 앞에 기다란 수로가 있어 수로에 비친 타지마할도 확인했다. 그런데, 타지마할 본관 양쪽으로 돔형 건축물이 또 있다. 이 역시 아름다움에서 조금도 빠지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죽은 부인을 애모하며 22년 동안이나 그 무덤을 지었다는 슬픈 사연을 간직한 타지마할은 시공을 초월한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순백의 대리석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빛깔을 달리하며 보는 사람의 넋을 빼놓고, 푸른 달빛 아래서는 영묘함을 더한다. 웅장한 궁전은 공중에 떠있는 듯 신비스럽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궁전과 연못, 정원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균형미와 정갈함을 느끼게 한다.

‘오 황제여, 그대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으로 시간에 마술을 걸려고 하는가.’

◇타지마할 내부. 샤자한 왕과 뭄타주 마할 왕비의 관을 상징하는 두개의 대리석 관이 놓여 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마저 찬탄을 감추지 못했다. 겉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중앙에 왕과 왕비 2개의 관이 안치된 단순한 공간이지만, 내부는 놀랄 정도로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백색의 대리석 위에 홈을 파서 유색의 대리석을 잘라 상감한 정교한 기법이다. 최고급 대리석과 붉은 사암은 인도 현지에서 조달됐다. 내부를 궁전같이 치장하기 위해 루비와 사파이어, 옥이 터키·티베트·미얀마·이집트·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됐다. 여러 나라 건축가가 초빙되고, 기능공만 2만명이 동원됐다. 하루 1000마리의 코끼리가 자재를 날랐다. 지금 보석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궁전 내부 1층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왕과 왕비(중앙)의 관이 있지만 유골이 없는 빈 관이다. 샤자한과 뭄타즈 마할의 육신은 지하 묘에 안장돼 있다고 한다.

궁전 외곽 네 모퉁이에는 무덤을 호위하듯 대리석 기둥은 첨탑이 서 있다. 시각적으로 아랫부분과 맨 윗부분이 정확히 같은 너비로 보이도록 위로 올라갈수록 미세하게 판의 너비를 크게 했다고 한다. 또 궁전을 기준으로 첨탑이 바깥으로 5도씩 기울어져 있다. 원근법에 의해 정면에서 봤을 때 탑이 안으로 기울지 않고 반듯하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궁전 쪽으로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는 설도 있다.

샤자한은 타지마할과 마주보는 자무나 강 건너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묘를 짓고, 구름다리로 연결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뭄타즈 마할은 샤자한의 둘째 왕비로 키도 작고 피부색이 까만 전형적인 드라비다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성이 돋보였다. 거드름을 피우거나 사치를 부리지 않았으며, 웃는 얼굴로 매사에 솔선수범했다. 늘 황제만을 생각하고 사랑했던 소박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39세에 요절했다. 죽기 전 아름다운 무덤을 지어달라고 한 부탁을 왕이 이행한 것이다.

과욕은 화를 불렀다. 왕이 국고를 탕진하며 자기 무덤까지 호화롭게 지으려 하자, 이를 염려한 아들들은 왕을 타지마할에서 2㎞가량 떨어진 아그라성에 가둔다. 둘레가 2.5㎞인 아그라성은 적색 사암으로 구축된 강력한 요새다. 왕은 강 건너 타지마할을 바라보다가 8년 만에 눈을 감았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타지마할도 대기오염으로 조금씩 순백을 잃고 있다.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천년이 못 가는 인간의 영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뒤편으로 자무나강이 도도히 흐른다.

흔히 인도의 관광 삼각주는 델리, 아그라, 자이푸르(사막지역)를 말한다. 그러나 갠지스강 풍경을 만나는 고도 바라나시, 남녀교합상(미투나상)으로 유명한 사원도시 카즈라호 등도 선호한다. 인도는 삶과 죽음, 철학을 반추하는 특별한 여행지다.

아그라(인도)=글·사진 정성수 선임기자 hulk@segye.com

[주요기사]

하늘과 맞닿은 초원… 가도가도 모래벌판

낮은 자리서 대중 이끄는 죽림정사 조실 도문 스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