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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게임하듯 원격 전투, 전쟁규범·윤리 입지 축소

입력 : 2009-07-12 17:16:27 수정 : 2009-07-12 17: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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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로봇 논란 확산 컴퓨터 모니터 속에 적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게이머(Gamer)’는 마음에 드는 전투기를 선택해 발진시킨다. 화면에 적군의 탱크와 병사가 잡히면 방아쇠를 당긴다. 가공할 위력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적군을 초토화한다. 게이머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지난번보다 더 많은 적군을 사살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이는 컴퓨터 게임이 아니다. 전투기가 실제로 투입됐고 진짜로 사람이 죽었다. 공습이 이뤄진 곳은 중동, 전투기를 조종한 곳은 미 네다바주 크리치 공군기지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매일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이는 이 같은 전투 상황을 놓고 ‘세상에서 가장 현실감 있는 슈팅(사격) 게임’이라고 비꼬았다. 신문은 “전투 로봇이 전쟁의 양상을 전례 없이 바꿔놓고 있다”면서 “하지만 윤리적 문제는 도외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 전쟁은 군과 방위산업체의 상호승리 게임이다. 전투 로봇을 개발하는 방산업체로서는 로봇 전쟁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오는 비즈니스다. 로봇 전쟁에서 공격은 더욱 과감해진다. 적과 대면하지 않으니 인정사정 봐주는 일은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죄책감마저 사라져 간다. 전쟁이 점차 산업의 일부로 자리를 굳혀 간다. 그만큼 전쟁 윤리와 전쟁 규범 위반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투 로봇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공격을 가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배치된 전투 로봇은 모두 인간의 원격조종 통제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죽일지 스스로 결정하는 전투 로봇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2020년이면 소위 ‘자율성’이 부여된 로봇이 작전에 투입될 것이라고 싱크탱크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내다봤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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