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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10명중 2명 실업… 유럽은 지금 ‘新잃어버린 세대’

입력 : 2009-07-26 20:39:16 수정 : 2009-07-26 20: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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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청년실업률 심상찮다
#1. 올해 22살인 올리버 브랜드는 처음 이력서를 낼 때만 해도 “어디든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지난해 여름 영국 버밍엄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내내 상위권이었다. 자신감은 곧 좌절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기업체 35곳과 무급 인턴자리 75곳에 마케팅·광고직으로 지원했다. 합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100번째로 ‘퇴짜’ 맞았을 때는 “세상에, 이게 말이 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브랜드는 “이젠 사기가 바닥났다”며 “내 친구도 같은 처지인데,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라곤 축 처져서 일자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2. 비 카터(21)는 지난해 맨체스터대학 문을 나서면서 막연히 커리어 우먼의 생활을 기대했다. 그러나 몇개월 후 그는 슈퍼마켓 체인인 막스앤드스펜서(M&S) 심플리푸드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슈퍼마켓은 생각도 안 했죠. 그렇지만 사무직은 하늘에 별따기였어요.” 얼마 뒤 M&S는 12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카터는 계약 갱신에 실패했다.

충격에 휩싸인 그는 임시직 소개소를 찾았지만 경력이 부족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카터는 “지금은 장기적인 커리어를 신경쓰기는커녕 당장 월급을 줄 직장을 찾는 중”이라며 씁쓸해했다.

유럽 지역 젊은이들이 경기 침체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칼바람을 맞고 있다. 올 1분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24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포인트 급등한 18.9%였다. 전체 실업률(8.7%)의 두 배가 넘었다. 10명 중 2명 가까이 실업상태인 셈이다. 나머지 8명 중 상당수도 저임금의 임시직·파트타임으로 일해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신(新)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치솟는 청년실업률=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영국의 대학 졸업생 10명 중 1명은 직장을 잡지 못할 전망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의 올 1분기 24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7%)보다 월등히 높은 17.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3%에서 4.2%포인트나 상승했다.

영국에서는 5월 말 24세 이하 실업자가 16년 만에 최고치인 72만6000명에 이르면서 연내 ‘청년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스페인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스페인의 올 1분기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동기보다 14%포인트 늘어난 35.7%로 치솟았다. 이탈리아(26.3%) 그리스(25.5%) 스웨덴(24.3%) 프랑스(22.5%) 등도 높은 청년실업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되면서 대학생들의 구직 열기는 치열해지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2100명의 학생이 취업지원센터를 다녀갔다. 리버풀대학에서도 취업 면담 요청이 30%나 증가했다. 일부는 대학원 진학으로 사회진출을 늦추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영국 55개 대학의 대학원 지원자는 6∼48% 증가했다. 해외 워킹비자 신청은 지난해보다 14% 늘었다고 영국 학생전문 여행사인 STA가 밝혔다.

취업을 해도 암울한 현실은 여전하다. 각국 정부가 실업률 하락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취업자로 집계되는 이들 역시 임시·파트타임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올 1분기 EU 27개 회원국의 24세 이하 취업자 중 임시직 비율은 평균 38.8%에 달했다. 전체 임시직 비율 13.1%보다 월등히 높다. 독일(57.7%) 스페인(53.7%) 프랑스(50.1%) 등은 임시직이 절반을 넘어섰다. 임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취업자 비율 역시 EU 회원국 평균 27.3%였다. 유럽 젊은층 10명 중 6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신 잃어버린 세대=청년 실업률 증가는 ‘신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좌절감에 휩싸인 젊은층을 일컫는 말이다.

경제학자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데 실패하면 취업시장에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기가 힘들고 지속적으로 저임금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불안이 지속되면 현재의 젊은층이 자신감·능력·직업경험이 적은 세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 혼란과 극단주의의 대두도 우려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슈피들라 EU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5월 파이내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를 마친 대규모 인력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은 유럽의 사회 질서에 잠재적 위협”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6세 소년에 대한 경찰의 총격이 발단이 된 그리스 시위는 한달 월급 ‘600 유로’ 세대인 청년층의 분노가 더해지면서 격렬해졌다. 당시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지지 시위에서 젊은이들의 구호는 “우리에겐 일자리가 없다”로 끝나곤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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