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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종플루가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관련이슈 '신종 인플루엔자' 전세계 확산 비상

입력 : 2009-10-28 15:34:39 수정 : 2009-10-28 15: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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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환자 가족들로 춘천 거점병원 '북새통'
예방접종 착각한 시민 문의전화 잇따라
"신종플루 감염자 사망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가족 중 2명씩이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보니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신종플루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28일 오전 강원지역 거점병원 중 하나인 춘천성심병원 신종플루 진료소는 불안감에 휩싸인 시민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다.

신종플루 고위험군 뿐만 아니라 건강한 20대와 40대 여성 2명도 속수무책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놀란 시민들이 기침 증세만 보여도 앞을 다퉈 거점병원 진료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룬 진료소는 접수 후 진료까지 1시간 남짓한 대기시간 내내 침묵시위를 하듯 정적만 감돌아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마저 감지됐다.

이날 거점병원을 찾은 시민 중에는 신종플루 확진 환자의 가족이 상당수를 차지해 신종플루가 이미 대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이날 장모와 처제 등 가족 2명이 이미 신종플루 확진 판정받았다는 한모(40.춘천 근화동) 씨는 세 살배기 딸과 11살 난 늦둥이 처남 등 온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맞벌이 부부인 한 씨는 "매일 어린 딸을 봐주시던 장모님의 확진 판정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거점병원부터 찾아왔다"며 "고위험군에 속하는 딸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종플루가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족 중에 2명이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그동안 정부가 신종플루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10살짜리 남동생을 앞세우고 병원을 찾은 강모(29.여) 씨는 "지난 26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동생도 감염됐을 것 같아 방문했다"며 "고열은 없어 다행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진 검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험생이나 중.고교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도 신종플루로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고3 수험생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둔 황모(49.여.춘천 조양동) 씨는 "중요한 시기에 신종플루가 대유행 하도록 한 정부의 미흡한 보건대책이 원망스럽다"며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도 위험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한 학급에 확진 환자가 3~4명에 이른다는 것 자체가 수험생을 둔 학부모로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 동네병원의 안이한 신종플루 진료와 대응에 대한 시민의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초등학생 자녀와 병원을 방문한 김모(38.여.춘천 퇴계동) 씨는 "'확진 검사를 하고 싶다면 해라'라는 동네 병원의 무성의한 진료에 화가 나 거점병원에 왔다"며 "동네 병원도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신종플루 의심환자는 무조건 거점병원에 떠넘기는 듯한 무성의한 진료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거점병원 진료소에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일반인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해 곤욕을 치르는 모습도 보였다.

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최승철(40) 교수는 "일주일 전부터 거점병원 진료소를 찾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며 "의심 또는 확진 환자는 다른 사람과 만남을 삼가고 충분한 휴식과 함께 물과 음료수를 많이 섭취하는 한편 기침이나 재채기 시에는 손수건 등으로 가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춘천성심병원과 원주기독병원 등 도내 의료기관 종사자 1천1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신종플루 예방접종은 지난 27일부터 이틀째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29곳의 거점병원도 백신이 확보되는 대로 내달 13일까지 접종을 마칠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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