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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뷰] 국산 ‘파워요트’ 시대 연 현대요트(주) 도순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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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04 09:16:19 수정 : 2009-11-04 09: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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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건조기술·IT 접목 고급요트 세계 석권할 것”
“우리 손으로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만한 고급 요트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한강 레저시설인 마리나제페에서 국제 수준의 럭셔리 파워요트로 불리는 ‘아산42(ASAN42)’ 런칭쇼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아산42는 우리나라 고급 해양레저선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산42 제작을 지휘한 현대요트(주) 도순기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 한국요트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현대요트(주) 도순기 대표는 ‘아산42’를 발판으로 5년 내에 세계적인 요트 메이커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지차수 선임기자
그는 “1년6개월의 건조 기간과 25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외 수입 요트와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아산42를 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산42 건조에는 국내 소형선박 전문가는 물론, 세계적인 선박디자인 회사인 호주의 데이비드 벤틀리와 영국에서 영입한 엔지니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는 국제 수준의 요트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앞선 건조기술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회사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요트는 42피트(13.97m) 길이에 총 850마력 엔진 탑재로 최대속도 35노트(시속 65㎞)를 낼 수 있습니다. 또 2층 형태의 플라이브릿지를 설치해 외장의 품격을 높였으며, 실내 인테리어는 독일의 밀레(MIELE)와 이탈리아 이소덤(Isotherm)의 선박 전용 가전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아산42는 돛을 달아 바람으로 항해하는 세일링형 요트와 달리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파워 보트형으로 승선 인원은 최대 12명이며 가격은 10억원선이다.

도 대표는 “선진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아산42는 내부 부품의 80%를 외국산으로 설계했지만 향후 3년 내에 국산 부품 비중을 8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요트는 지난해 5월 현대라이프보트에서 요트 부분을 분사해, IT기업인 하이쎌(주)과 공동 설립한 신생 회사다. 모회사인 현대라이프보트는 또 1975년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설립한 경일요트를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 경일요트가 만든 ‘파랑새호’는 1980년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 성공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2000년 초까지도 현대정공에서 요트 건조에 힘을 쏟다 기술과 인프라 부족으로 요트 국산화의 꿈을 접고 독립해 국내 유일의 구명정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그후 이 분야에서 세계 4위에 올라섰다.

따라서 현대요트에는 지난 35년 동안 한국해양레저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셈이다.

현대요트는 회사 출범과 함께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 판매를 위한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요트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산42는 내년에 12대가 생산돼 7∼8척이 해외에 수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요트가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게일(GALE)사로부터 강과 호수 등을 운항하는 관광용 선박(리버 크루즈·river cruise)의 수주를 따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요트 제작 회사와의 경쟁을 통한 것이었기에 더욱 값진 성과였다.

인천의 옛 이름인 ‘미추홀’로 명명된 이 관광용 선박은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 기간 동안 국내외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미추홀은 태양광 발전을 이용, 승객 12명과 선장 1명을 태우고 시속 7노트로 달릴 수 있다. 미추홀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으로 순수 관광용 첫 크루즈선이다. 게일사는 현대요트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해 12인승과 25인승 미추홀 1척씩을 추가로 발주했다.

도 대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요트산업이 수년 내에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접해 있어 해양레저를 즐기는 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해양레저가 발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시점이 되면 ‘자가용 요트’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면서 “국내에 요트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산 수영만과 충무마리나의 요트 95%가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아산42는 3∼4년 내에 국내 요트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대표는 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선박 제조기술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인 IT 및 가전, 자동차 엔진 기술 등을 접목할 경우 세계 요트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이어 한국 최대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요트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개혁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요트를 수입해서 파는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렵고 힘든 제조업에 뛰어든 선박업체들과 해양레저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이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국내 요트시장의 형성, 그리고 제조기업의 기술 개발 등 이른바 삼각 주체가 맞물려 돌아갈 때 국제수준의 요트를 생산하고, 단시일 내에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요트는 문화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럭셔리 요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해양 문화를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해양레저산업의 선도 기업인 현대요트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내 관련 산업의 후퇴와 좌절을 의미합니다.”

도 대표는 “선도 기업으로서의 책임감과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겠다는 도전정신, 불모지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아산42와 같은 럭셔리 파워요트를 만들어 낸 장인정신으로 5년 내에 세계적인 요트 메이커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현대요트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크게 성장한 요트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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