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前총리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다” 검찰의 잇단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18일 체포영장이 집행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강제구인 절차는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됐다.
앞서 11일과 14일 검찰의 두 차례 출석 통보를 거부하며 기싸움을 벌였던 한 전 총리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은 따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터라 집행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검찰에 소환된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한 스님이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항의하며 문구용 칼을 꺼내 난동을 부리자 사무실 관계자들이 제지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
검찰은 예상보다 1시간 늦은 정오 무렵 재단 건물 1층 입구 앞에 도착했다. 수사관들은 먼저 재단 관계자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재단 사무실에 마련된 대기실로 향했다.
이에 사무실에 있던 한 전 총리 측 인사들의 움직임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해찬 전 총리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민주당 박주선 의원 등 한명숙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인사 12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전 총리는 “한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체포영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 주홍색 재킷을 입은 한 전 총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섰고, 사뭇 비장한 목소리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읽어내려 갔다. 그는 “천만 번을 물어도 대답은 한결같다. 아닌 것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재차 결백을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집무실로 들어간 한 전 총리는 낮 12시44분쯤 검찰의 체포에 결연한 표정으로 순순히 응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건물 뒤쪽 3층 입구에 대기해 있던 지지자 50여명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연신 구호를 외쳤지만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라고만 말한 채 검찰 측이 대기해 놓은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 올라탔다. 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강제구인되는 불명예를 당하는 순간이었다.집무실 앞에서 한 스님(58)이 문구용 칼을 들고 소동을 벌였으나 재단 관계자들이 제지해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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