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사실땐 도덕성 치명타… 나락으로 “한명숙 전 총리는 절대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 아닙니다. ‘혹시 돈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따위는 조금도 들지 않아요.”
참여정부 시절 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일하면서 한 전 총리를 보좌했던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말이다. 홍 의원처럼 한 전 총리와 함께 일을 해봤든, 하지 않았든 민주당 사람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검찰이 이번만큼은 ‘똥볼’을 찼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본격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다.
진실이 무엇이든 한 전 총리는 18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정치인생 최대 기로에 섰다. ‘영광’ 혹은 ‘나락’의 갈림길이다. 중간은 없다. 1979년 유신시절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돼 2년간 옥고를 치른 이후 최대의 위기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구인에 앞서 “이성을 잃은 정치검찰의 폭력을 방임하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며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거칠고 험한 싸움을 위해 당당하게 길을 떠난다”며 노무현재단 사무실을 나섰다.
민주당의 바람처럼 이번 수사가 검찰의 헛발질로 결론나면, 한 전 총리는 ‘부활한 노무현’이 돼 범야권의 상징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범야권 통합의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모를 일이다. 재야와 진보성향 종교계, 민주당, 친노무현 진영 등 야권 내 카테고리 전체에 지분이 있는 한 전 총리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이 경우엔 또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현 시장의 아성을 위협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변에서 그에게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추락이다. ‘유력 서울시장 후보’는 물거품이 된다. 그의 가장 큰 무기이자 상품성이 바로 ‘도덕성’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친노진영 전체의 도덕성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공동장의위원장’이었고, 현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그의 ‘업보’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집중된 국민적 지지로 결집력이 한층 강화됐던 친노진영도 다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양원보 기자 wonb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