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항공기 2008년 해외 순방때도 문제일으켜
테러 가능성은 낮아… 블랙박스 2개 수거 분석 중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일행이 탄 비행기 추락을 둘러싸고 사고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통신은 11일 이번 사고가 조종사가 비행기를 무리하게 착륙시키려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추락 원인은 착륙을 위해 접근하던 중 (발생한) 조종사의 실수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항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서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관제탑이 폴란드 대통령기에 벨라루스 민스크로 회항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사고 비행기는 관제탑의 지시를 무시하고 수차례 착륙을 시도했으며 착륙 도중 나뭇가지 끝에 부딪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통신은 설명했다.
AFP통신도 사고기보다 먼저 스몰렌스크 공항에 착륙하려던 다른 비행기들이 짙은 안개 때문에 회항했으며 사고기는 수차례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체 결함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AP통신은 사고를 일으킨 Tu-154기가 러시아가 제작한 ‘항공사고 다발 3대 기종’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사고가 잦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에 사고난 항공기는 2008년 말 카친스키 대통령이 해외순방 도중 조종장치에 문제가 생겨 출발을 하지 못하는 등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고 BBC 인터넷판이 전했다. 몽골 방문 당시 조종장치에 문제가 생겨 전세기 편으로 도쿄에 갔으며 일주일 뒤 한국을 방문할 때에는 난기류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테러가 잦은 러시아에서 사고가 일어나면서 테러가 원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테러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유리 차이카 연방 검찰총장 등과 사건 현장에 나와 잔해 수습과 시신 운구,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상 악화와 조종사 실수, 기체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2개에 대한 분석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폴란드 수사관과 항공 사고 전문가들도 조사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한편 사고 당시 스몰렌스크 공항에서 카친스키 대통령을 기다리던 폴란드 기자들은 러시아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기 전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의 마르신 우지시에체오스 기자는 “현장에 도착한 뒤 구조팀이 구급차를 부를 이유가 없었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왜냐면 모두가 사망했기 때문이다”라고 참혹한 현장 모습을 전했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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