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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속 쓸쓸히 잊혀지는 시간강사의 죽음

입력 : 2010-05-28 15:08:39 수정 : 2010-05-28 15: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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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임용 탈락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시간강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주위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잊혀져가고 있다.

28일 오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 인문과학대학 1층 현관에 마련된 이 학교 시간강사 서정민(45)씨의 분향소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썰렁했고 비정규직 교수들이 보낸 조화 2개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분향소를 지나던 학생들은 낯선 설치물에 당황한 듯 "이게 뭐야"라며 속삭이거나 "혹시 인터넷에 나온 그 시간강사 아냐. 우리 학교였어?"라며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씨의 죽음이 너무나 생소하다는 반응들이었고, 학교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실도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 강모(26.조선대 의대)씨는 "방송에 나오던 그 시간강사가 교수님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작년에 이분의 영어수업을 들었는데 참 열정적이신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보를 안타까워했다.

이날 학교 어느 곳에서도 서씨의 죽음을 알리는 안내판 등을 찾아볼 수 없었고 학교 홈페이지나 소식지에서도 서씨의 죽음을 알 수가 없었다.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교수들만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하지만 '보따리 장사' 신세에 금요일이면 정교수들의 수업을 '땜빵'하느라 시간을 낼 수도 없어 동료의 분향소를 지키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 학교 총장과 정교수, 교직원 등 정규직 대부분은 전날 저녁 설치된 분향소를 찾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시간강사들이 놓인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동료 강사는 "직원들은 우리 같은 시간강사를 같은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동료가 안타깝게 죽었는데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교수님들 수업을 찾아다니느라 바쁘다"고 털어놨다.

분향소에 놓인 방명록에는 서씨를 시간강사가 아닌 '교수님'으로 기억하는 학생들의 애도의 글이 눈에 띄었다.

"저저번주 수업이 마지막 수업일 줄 몰랐습니다",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숭고한 뜻이 언젠가는 이뤄지리라 믿습니다"(보따리 장사), "이제 사회도 당신이 처했던 일에 대해 귀 기울일 것입니다"(06 신방)

최숙희(20.여.특수교육과)씨는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인데 어제 수업에 들어갔을 때 (돌아가신지) 알았어요. 강의 시간에도 교수직에 대한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하셨는데 하늘에서는 그런 고민 없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자신의 집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목숨을 끊은 서씨는 교수 채용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가고 있고, 논문 대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교수사회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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