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해외 출시 이후 안테나 이슈가 불거진데다 갤럭시S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아이폰4의 국내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는 결과다.
아이폰이 고객으로부터 변함없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애플과 애플 제품의 성공 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제고되고 있다.
◇예약 열풍, '대박' 신화 이어질까 = 19일 KT에 따르면 지난 18일 아이폰4 예약가입 유형의 46%가 번호이동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고객들이 대거 KT로 갈아탔다는 이야기다.
이는 포인트와 결합상품 등의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기득권을 포기할 정도로 아이폰4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물론 첫날 예약가입자의 상당수는 아이폰4를 기다려온 열성적인 대기수요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앞으로 며칠간 예약까지 할 정도의 열성적인 대기수요가 끝날 경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첫날 12만명에 달할 정도의 폭발적인 예약가입 물결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으로 바꾸려는 대기수요자들의 동요가 심할 수 있다. 몇 달간 아이폰4에 대한 '데쓰그립' 논란과 안티 애플 정서 등이 대두되면서 아이폰4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생겨났지만, 예약가입 열풍은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끌어내리느 보증 수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폰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소유했다는 것 자체로 '엣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의식도 반영될 것"이라며 "예약가입 열풍 현상은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이폰4에 대해 청사진만을 제시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논란이 된 '데쓰그립'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다면 통화품질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특성상 상당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지국과 중계기가 촘촘한 국내 통신 환경상 수신불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KT는 이미 통화 품질 테스트를 통해 극히 예외적인 상황만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월 초·중순께 아이폰4가 출시된 뒤 국내 환경에서의 실질적인 사용 후기 등이 관건"이라며 "스마트폰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국내 환경 자체가 판매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에서도 아이폰 고객 충성도 으뜸 = 애플 제품, 특히 아이폰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는 이미 해외에서 여러차례 검증된 바 있다.
아이폰4는 지난 6월 24일 출시된 지 3주 만에 3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안테나 수신 불량 논란 속에서도 애플 기기 사상 유례없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체인지웨이브(ChangeWave)가 지난달 아이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2%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21%는 만족한다는 답변을 해 10명 중 9명이 넘는 93%가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는 아이폰3GS의 99%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지만 여전히 아이폰4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론을 통해 크게 부각된 '데쓰그립', 즉 안테나 이슈 역시 실제 소비자들 이용 과정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폰4 이용자 중 통화 끊김을 경험한 이들의 비율은 전체의 5.2%로 아이폰3GS의 6.3%에 비해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아이폰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다른 휴대전화 사용자들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체인지웨이브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간 구입한 스마트폰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애플 아이폰 고객 중 77%는 만족한다고 응답해 업계 평균(47%)을 월등히 상회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모토로라가 64%로 2위, HTC가 51%로 3위, 리서치 인 모션(RIM)이 46%로 4위를 차지했고, 팜(45%), LG전자(40%), 삼성전자(3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애플 경험가치가 혁신.성공 요인" = 애플 아이폰4가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예약판매에서 광풍을 불러오면서 애플과 애플 제품의 성공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제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경험경제에 바탕을 둔 애플의 혁신과 성공'이라는 보고서에서 애플의 성공을 풀어내는 새로운 키워드로 '경험경제'를 제시했다.
경험경제 이론은 앨빈 토플러에 의해 최초로 도입된 개념으로, 고객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와 경험, 즉 모험과 경험을 산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애플의 경험가치는 크게 ▲단순함 ▲일관성 ▲새로움 ▲차별성 등 4가지 항목으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우선 애플은 '버림'으로써 단순함을 추구하는 회사라고 설명이다.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은 애플 제품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수많은 기능들로 '떡칠'된 제품보다 애플은 단순한 제품을 지향한다.
아울러 기존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수명, 고화질 카메라 등 인상적인 기능개선을 위해 비 일관성과 복잡성을 증대시킨 반면 애플은 인터페이스 통일, 데이터 싱크를 통해 애플의 어느 기기에서나 일관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팟터치 사용자가 큰 어려움없이 아이폰을, 아이폰 사용자가 역시 능숙하게 아이패드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일관성 때문이다.
애플은 또 과거에 이미 출시된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재창조해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움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폰의 터치감과 같은 미세한 배려 또는 기술적 우월성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감동을 주는 것이 애플의 성공요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고객은 애플 기기에 대한 경험을 통해 애플에 대한 진정성을 갖게 되며 이것이 높은 고객 충성도와 재구매율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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