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병원서 진단서 발급’…수박 겉핥기식 질의로 묻혀
野 “이번엔 다를 것” 별러…金후보 “부동시 아직 완치안돼”
서면 답변서로 의혹 해명 나서 청와대가 김황식 총리 후보자를 ‘자신있게’ 지명할 수 있었던 건 앞서 두 번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이력 때문이었다. 김 후보자는 2005년엔 대법관 후보자로, 2008년엔 감사원장 후보자로 각각 야당이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검증을 무사통과했다.
하지만 청와대 기대와 달리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두 번의 청문회에선 왜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지 않았던 걸까. 결국 ‘날림 청문회’이지 않았겠냐는 평가가 많다.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둔 27일 아침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의 사무실에 도착,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김 후보자의 신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점도 ‘부실 검증’의 이유다. 대법관 청문회에선 동국대 강정구 교수 파문, 국가보안법 및 사형제 존폐 문제 등이, 감사원장 청문회에선 감사원의 KBS 표적감사 논란이 주요 의제였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된 병역기피 의혹은 각각 1명, 2명의 청문위원만 질의했던 것으로 국회 의사록에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청문위원들의 집요함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여론 주목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 인사청문위원이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27일 “당시 국회가 ‘늑장 원구성’으로 워낙 어수선했고 호남 출신이란 점에서 당내 ‘온정주의’도 만연했다”고 말했다.
병역기피 의혹을 둘러싼 질의 응답만 봐도 알 수 있다.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징병검사 연기 원인인)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받았다는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느냐”는 민주당 양승조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는 “의사였던 큰형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오래전에 (형님이) 작고해 소명할 방법이 없다”고 대답했다. 보다 집요하게 추가 질의를 이어갔더라면 병 진단서를 큰형 병원에서 발급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법관 청문위원이었던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당시엔 도덕성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고 일부러 ‘흠집내기’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칼을 갈고 있다. 자질 시비도 계속됐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 시절 총 61차례나 청와대를 드나들며 대통령에게 각종 사안을 보고했다”며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2006∼2009년에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자녀들 유학비용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스폰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선 “군 신체검사 시 부동시(일명 짝짝이눈)는 정밀기계를 통해 측정된 것으로, 병역면제 판정은 당시 병역법에 따라 적법처리된 것”이라며 “부동시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고 안과 질환으로 최근 10년간 한 종합병원에서 연 4회 검진을 받고 투약치료 중”이라고 소명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이상한 씀씀이’ 의혹에 대해선 “자료 확인 중”이라며 답변을 유보하면서도 “재산 증가는 아파트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잦은 청와대 방문’과 관련해선 감사원이 “김 후보자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횟수는 총 10회뿐”이라며 “한 번에 1∼12개의 감사사항을 보고했기 때문에 보고사항이 61개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원보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