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입국은 정착지원법이 제정된 1997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당시 876명이던 국내 탈북자 수는 불과 10년 만인 2007년 1만2248명을 기록했다. 특히 2006년부터 연도별 입국자가 2000명을 넘어서 매해 증가세를 유지했고, 그 결과 1만명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2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입국 탈북자는 함경도 출신(77%), 20∼40대(75%), 여성(68%)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함경도의 경우 강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탈북에 유리하고, 20∼40대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는 시기인 데다 은둔과 도피생활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세대라는 점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여성의 경우 북한 내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중국 등 제3국에서 체류하기 쉽다는 점에서 탈북에 유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2만번째로 입국한 탈북자 역시 북한 양강도 출신인 41세 여성 김모씨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먼저 국내에 정착한 모친의 권유로 두 아들과 함께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 국정원과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합동신문을 받고 있다.
탈북자 2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탈북자의 생계급여 수급비율은 전체 1만6929명 가운데 9214명으로, 54.4%에 달했다. 일반국민(3.2%)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자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탈북자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9월 설립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통해 정부·민간·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탈북자 정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 통일부와 하나원이 지원정책 개발, 적응교육을 담당하고 민간 차원에서는 재단이 구체적인 지원사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단은 탈북자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적응시설인 하나센터의 상담사 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취업을 통한 자립을 장려하기 위해 의료급여 혜택도 늘렸다. 그간 탈북자들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 편입되면 의료비용을 전액 지원받는 의료급여 수급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아르바이트 등 비공식 취업시장에 머무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탈북자에 대해 5년의 거주지보호기간 동안에는 의료급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탈북자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다양한 역할과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 됐다”면서 “이제 우리가 이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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