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용 파일’ 유포로 맞대응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온라인 떠돌이’가 됐다.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서버가 차단되고 도메인 사용이 중단된 데 이어 기부금 창구까지 막혔다. 위키리크스는 대안을 찾아 유럽의 관련 업계로 옮겨다니며 근근이 홈페이지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 사이트 페이팔은 3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가 불법행위를 금지하는 페이팔 사용 규정을 어겨 후원 계좌 접근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페이팔은 위키리크스의 대표적인 기부금 전달 창구였다. 이 때문에 별다른 수익사업 없이 일반인들의 소액 기부로 운영비를 충당해온 위키리크스로서는 페이팔의 조치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위키리크스는 올 초 예상했던 것보다 지출이 3배나 늘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현재 위키리크스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일랜드와 독일 은행 계좌로 송금받거나 스위스 온라인 결제 회사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여기에 덧붙여 위키리크스 홈페이지(www.wikileaks.nl)는 ‘편지 봉투에 기부금을 넣어 호주로 부쳐달라’는 안내문도 올렸다.
최근 위키리크스와 각국 정부 및 기업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흡사 쥐와 고양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같다. 첫 신호탄을 올린 곳은 미국의 아마존닷컴. 위키리크스에 서버를 제공해 온 아마존닷컴은 지난 1일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이에 위키리크스는 스웨덴 반호프와 프랑스 OVH로 서버 업체를 바꾸는 것으로 맞섰다. 그러나 다음날 미국 도메인 업체 에브리DNS가 위키리크스와의 도메인 서비스 계약을 끊어 홈페이지(www.wikileaks.org)는 먹통이 됐다. 위키리크스는 스위스 도메인(www.wikileaks.ch)으로 갈아탔지만 지금은 이곳도 다운된 상태다. 5일 현재(한국시간) 네덜란드(.nl) 도메인으로 접속할 수 있다.
페이팔 등 업계는 정부의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미 의회도서관 등 일부 기관은 일찌감치 위키리크스 접속을 차단했고, 백악관 예산관리국(OMB)도 3일 연방정부 산하 모든 기관에 비밀전문 무단 열람을 금지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프랑스 정부도 OVH가 위키리크스의 서버 관리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서버 제공 차단을 추진하고 나섰고, 스웨덴 검찰은 성추행 혐의를 받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에 대해 3일 또다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러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어샌지는 베일에 싸인 ‘보험용 파일’들을 유포하고 나섰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은 5일 어센지가 영국 석유회사 BP와 관타나모 수용소 관련 기록 등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암호가 걸린 파일을 사이트에 올렸으며 수만명이 내려받았다고 보도했다. 어샌지는 자신이 체포되거나 위키리크스 사이트가 완전히 폐쇄되는 등 유사시에 즉각 암호를 공개해 기밀문서들을 터트리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이 파일에 들어 있는 기록들은 정보원 신원 등 민감한 정보가 편집되지 않은 상태여서 공개 시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에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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