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박유선(36·여)씨도 회사에서 첫 여자 팀장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얼마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했다. 사규에 따라 출산 3개월을 앞두고 산전휴가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회사 측은 계열사에서 출산 때까지 임시직으로 일하라고 했다. 김씨는 “차라리 산전휴가를 쓰지 않고 하던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회사 측과 마찰이 생겨 결국 사직서를 내야 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30∼34세에 뚝 떨어졌다가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상승하는 M자형 곡선은 변함이 없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여성이 적잖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보가 국내 10대 기업(연 매출 기준, 지주회사는 대표기업 조사)을 대상으로 2000년도에 입사한 대졸 여직원들의 근속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SK텔레콤은 2000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여직원 54명을 채용했지만 2010년 현재 30명이나 퇴사했다. 같은 기간 SK C&C는 63명을 뽑았지만 현재 16명만 남았다. IT(정보기술)기업의 평균 이직률이 15%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퇴사율이 꽤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2002년 선발한 43명의 대졸 여사원 중 현재 27명만 근무하고 있다. 5명을 뽑았던 포스코와 1명을 뽑았던 신한은행은 퇴사자가 없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LG전자, ㈜LG, SK에너지는 대졸 여직원 채용 현황이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한 대기업의 여성(40) 부장은 “입사 당시 여성 고용촉진정책 덕분에 여자 동기가 30명이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면서 “아이가 만 두 돌, 초등학교 입학할 때 등 엄마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와 여성들이 회사에서 진급하고 중요한 업무나 성과를 요구받는 시기가 맞물려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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