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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처리용… 생색내기용… 실적쌓기용… 한나라당 수도권 재선인 L 의원 등은 지난해 8월 ‘자연환경보전단체 육성 법률안’을 발의했다. 자연환경보전단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토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L 의원은 그러나 이 법안을 두달 만에 자진 철회했다. 대신 ‘자연보호운동조직 육성 법률안’을 제출했다.

엇비슷해 보이는 두 법안의 결정적 차이점은 하나다. 철회된 법안은 지원 대상을 자연환경보전단체로 두루뭉술하게 규정했다. 반면 새로 낸 법안은 이를 ‘자연보호중앙연맹과 그 하부조직’으로 콕 찍었다. L 의원실은 지원 대상이 된 단체로부터 “이름을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법안을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단체만을 위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민원 때문에 법안을 내놓은 후 이를 철회하고 보다 확실한 ‘생색내기’용 법안을 새로 내놓는 일을 버젓이 벌인 것이다.

졸속법안이 양산되는 실태는 의원 발의 법안 철회 건수가 증가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대 국회 개원 이후 의원 발의 법안 철회 건수는 총 454건이나 된다. 1년 넘게 회기가 남았는데도 17대(86건)와 16대(41건)를 합친 총건을 추월했다.

454건 중 361건은 한나라당이 양벌규정(위법행위 처벌 시 개인과 소속 법인을 동시 처벌하는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한꺼번에 발의, 강행처리하려다 철회한 것이다.

이런 탓에 실적쌓기용으로 법안을 부실양산하거나 민원 처리용으로 발의하는 선심성 입법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검토, 준비 없이 법안을 발의했다가 법 자체의 결함이나 민원상의 하자 등을 뒤늦게 발견해 철회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2009년 9월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 K 의원 등이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비슷한 사례다. 영세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4일 만에 철회됐다. 1만원 미만 카드결제가 전체 카드 결제의 23% 정도인 상황에서 ‘1만원 미만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폭탄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2009년 9월 충청권 L 의원이 수자원공사법 개정안을 내놨다 거둬들였다. L 의원 측은 21일 “당시 마침 논쟁이 시작된 4대강 사업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이 정치 공세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해 자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 입법이 당리당략에 따라 중단됐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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