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북극 진동’ 등에 따라 한반도 근처까지 늘어진 제트기류를 타고 가장 짧은 코스로 날아온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도 고성에서 ‘제논’이 검출된데 이어 서울에서 ‘세슘’과 ‘요오드 131’이 나와 한반도가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권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향후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특히 그렇다. 아직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상청의 기류 이동 전망에 따르면 29일까지 상층 바람은 동쪽으로 분다. 이 같은 공기 흐름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렇다면 강원도 제논과 서울에서 검출된 세슘, 요오드 131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은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의 극히 일부가 캄차카 반도를 거쳐 북극→ 시베리아→ 한반도로 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동시간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지난 12일 첫 폭발을 했다. 23일 강원도에서 검출됐으니 11일만에 한반도에 상륙한 셈이다. 평상시 편서풍대를 탔다면 2주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기상청은 그 이유로 올 겨울 우리나라에 장기간의 한파를 몰고 온 북극 진동의 영향을 꼽는다. 북극을 중심으로 중위도 지방으로 흐르는 한랭한 공기의 흐름인 북극 기류가 올해 평년보다 유난히 아래로 처져 한반도까지 확장했다. 북극에서 그 바람을 탔다면 한반도 북쪽까지 일사천리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우려되는 해류의 역습
바람과 함께 해류의 환류도 관심사다.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를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해류는 대만 동쪽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이동, 일본 동해를 거쳐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 북적도 해류→ 쿠로시오 해류로 다시 돌아온다. 그중 10% 가량은 우리 남해를 지나 동해로 유입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전력이 끊긴 뒤 바닷물을 투입해 냉각시켰다. 통상 원전 냉각수는 정화된 물을 사용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바닷물을 있는 그대로 퍼부었다. 이 경우 바닷물과 방사능 연료 등의 상호작용으로 흡착 물질이 발생하고, 방사능 농도가 짙어진다. 이 물은 걸러지지 않고 다시 바다로 방류됐다.
일각에서는 쿠로시오 해류 환류 주기가 수년에서 수십년은 걸리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국립해양조사원 변도성 박사는 “환류하는 동안 방사성물질이 금방 희석돼서 농도가 급속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환류 이전에 수입되는 수산물이 대부분 이 해류의 흐름이 닿는 지역산이라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연방, 일본, 미국 등 태평양 연안국에서 들여온 어류가 전체 수입량 108만1800t 가운데 90만6857t(83.8%)에 달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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