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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신정아의 살생부?…실명 거론 인사들 희비 엇갈려

입력 : 2011-04-05 11:49:44 수정 : 2011-04-05 11: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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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이 우글거리는 들판에 홀로 풀을 뜯고 있던 한 마리 어린 양에 지나지 않았다. 스스로는 똑똑하고 머리가 좋고, 운명을 개척해 나갈 능력이 있다고 우쭐대기도 했지만, 그는 야생을 지배하는 포식자들의 음모와 무서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쫓기고 물리고 할퀴는 늑대들의 사육제에 뛰어들었던 순한 양은 들판에서 숱한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변신해 있었다. 짓밟혀서 이젠 다 죽은 걸로 여겼던 건 양이 아니라 암표범이었다. 이제부터는 공격이다.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겠다는 표독스러운 각오로 발톱을 세웠다. 그가 늑대들의 세상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기자회견과 동시에 출판된 신정아씨의 자전적 에세이 ‘4001’은 치열한 자기반성이자 시대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기도 하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에겐 악몽 같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비수처럼 가슴을 찔러오겠지만, 묘사된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보면 분명 이 책은 30대 초반(사건 당시) 가녀린 여자가 몸을 던져 증언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려진 세계가 추악하다거나 잔인하다고 단순한 어법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었고, 그것이 생존의 원리이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진면목일 뿐이다.

누군가 ‘4001’에 대필의혹을 제기했다. 그 증거가 무엇인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서문과 본문의 문체가 다르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었는데 그건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부 도움 받은 부분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본인이 아니면 도저히 쓸 수 없는 분노와 좌절과 도전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본 사람들은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몸부림, 사회의 거대한 구조적 모순에 부딪쳐 깨지면서도 결백을 증명해내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처절한 모습에 최소한 동정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고 말한다. 흔히 ‘눈물로 쓴 육필수기’라고 하는, 여성월간지 표지 제목 같지만 그런 느낌을 준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은 죄와 잘못은 그것대로 잘못을 누차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열심히 살았지만 그것이 기성질서에 부합되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반작용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생하게 담긴 분노와 좌절의 기록

‘4001’의 내용은 한마디로 적나라하다.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불가피한 몇 몇을 빼고는 실명을 밝히고 벌어졌던 일들을 까발렸다. 등장하는 당사자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그것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독자들은 일단 사실로 추정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분야는 우리 사회의 핵심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정권핵심은 물론, 정계,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가족 외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한 명을 빼놓고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지나가는 인물이다. 그 외의 한 사람은 물론 남자 주인공이자 애정을 불태웠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폭로성 에세이이므로 등장인물 중에서는 ‘좋은 사람들’보다는 이미지가 추락하는 스토리로 묘사된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된다.

독자들의 관심사는 실명 거론자들이 어떻게 반격하고 나올 것인가에 쏠려 있다. 실명, 또는 이니셜이라도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는 당사자들의 반응은 여러 형태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무대응침묵형, 즉각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방방 뛰는 비분강개형, 대응할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한마디만 날리고는 무시하는 달관초연형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반격에 아직은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성추행, 파렴치 행위, 쇼핑중독, 모함, 사기, 비인간성 등 ‘나쁜 사람들’로 묘사된 부류 중 한 사람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즉각 고소하겠다고 격앙했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액션을 취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C기자라는 이니셜로 등장하는 당사자는 ‘호텔 노래방에서 몸을 더듬고 택시 안에서 성추행 하려 했다’는 신씨의 기술에 대해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이니셜을 사용했다고 해도 특정인을 암시할 경우 명예훼손이 된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역 기자들도 ‘3·22 대학살’이라고 할 만큼 우수수 위신이 추락했는데, 아직 이렇다 할 당사자들의 대응은 없다. 저자는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해 언론의 기회주의와 일부 기자의 비인간적인 속성 등을 파헤쳐 기자는 부도덕한 직업인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론협회와 기자들의 이익단체 등에서 성명이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기자들은 여기저기서 배신자, 하이에나, 뚜쟁이, 쓰레기 등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신씨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표현과 함께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이 사건이 터지자 오히려 더 ‘악랄하게 써대는 두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믿음이 배반당했다, 세상이 무서워졌다”라고 화살을 날렸다.

◇우수수 위신 추락한 전·현직 기자들

기자 개인에 대한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석간신문 S기자에 대해선 “명품 브랜드 세일하는 곳에 가서 한꺼번에 옷을 이십여 벌이나 사와서 뜯어말린 적도 여러 번”이라며 ‘명풍 중독자’로 묘사했다. 이런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는 “명품족이라는 한 마디로 멀쩡한 사람(신씨)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바꿔버리는 언론의 폭력성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중앙일간지 Y기자의 글을 보고는 너무 상처를 받아 망연자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회고했다. 자기와의 관계를 볼 때 Y기자는 회사의 지시라고 해도 버텼어야 했는데 기사의 어조를 보니 스스로 내켜서 쓴 것이 분명했다며 구구 절절히 배신감을 토로했다.

같은 신문 J논설위원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삼청동의 한 음식점에서 같은 신문 미술담당 A여기자와 점심식사도 같이 했던 사람인데 자신을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쇼쇼쇼’를 거론해 가면서 비난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가짜 학위를 들이대며 진짜 이상으로 후라이를 쳤다’는 J위원의 칼럼을 원문 그대로 실으면서 반감을 표했다.

반면에 석간신문 S부국장은 사건 와중에 ‘건강을 챙기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고 소개하고, 그는 특종만을 쫓는 하이에나는 아니었다며 의리를 지킨 언론인으로 추켜세웠다.

기자들의 서운한 행태에 대해 가장 많은 지면을 배정해 비난을 가한 사람은 앞에 언급한 메이저 신문사의 C 전 기자. 그로 인해 “촌지 크기로 그 신문의 미술 면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미술동네에 돌았다”고 까발리듯 썼다. 문제의 하얏트 호텔 바에서는 “신체접촉을 줄곧 시도했고, 택시에 타자마다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는 등 그야말로 자근자근 씹었다. 이로 인해 “그때 이후 치마를 입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기자들이 당하고 가만히 있을 리는 만무한데, 그들이 과연 ‘배신자인지, 배신을 당한 피해자인지’라는 원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책이 지적한 사실 관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반격하고, ‘너절하게’ 묘사된 개인적인 수모를 어떻게 풀어낼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4001’로 인해 정치적으로 가장 타격을 크게 받은 사람은 정운찬 전 총리(동반성장위원장)일 것이다. 이 책의 출판이라는 이벤트에 있어서 폭발적인 화제를 제공함으로써 흥행이 보장되게 해준 메인 섹터이자, 책 판매 영업 측면에서 보자면 마케팅의 핵심 소재가 돼 주었다.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시절인 2005년 초여름 신씨가 서른 살 때 ‘서울대는 미술관장과 미술사 교수를 구하고 있었고, 인사동 모 갤러리 사장을 통해 신씨 얘기를 듣고는 소개를 부탁했다’는 게 책의 내용이다.

당시 정 총장은 신씨에게 적격이라고 했고, 이후 정 총장은 신씨를 “일 때문에 만나자는 게 아니라, 만나기 위해 일 핑계를 대는 것 같았으며,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만나자고 했고, 주로 호텔 바에서 만나서는 슬쩍슬쩍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고 썼다.

이 부분이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아 정 전 총리는 책이 나오는 날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분당을 국회의원 재보선 전략공천 유력 후보로 정권핵심에서 구애를 받는 인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었지만 정치적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책에는 더 충격적인 얘기도 나온다. “정 총장은 서울대교수와 미술관장 자리를 거절한 후에는 불러낼 명분도 없었는데, 그 후 팔레스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서술했다. 그는 “이날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내 앞에서 보여주었는데, 서빙 아가씨들 눈치를 봐가며 한 행동이었으므로 술 취해서 한 행동도 아니었다. 나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썼다. 그 후 일간지 H기자가 선배 논설위원과 함께 있다며 차나 한잔 하자고 해서 나갔더니 거기 정 총장이 앉아있었다”며 ‘끈질긴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 측에선 일고의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고, 이어 29일에는 정 전 총리 자신이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분명히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대학 교수등 밥풀떼기 싸움” 비판

학계 인물과 관련해서는 정 전 총장 외에 ‘서울대 교수직 전말기’ 부분에 당시 서울대 박물관장 K교수도 등장한다. 정 총장의 제의를 거절하고 자문을 계속하기로 했는데 이때 신씨가 K교수 대신 J교수를 미술관장으로 추천했고, 이로 인해 “예일대 학위문제가 불거졌을 때 K교수가 앞장서서 예일대의 지도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고 언론사 여기저기에 전화를 돌리는 둥 큰 곤경에 처하게 했다”고 기술했다.

동국대 교수 임용과정과 학위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등에 대해서도 여러 섹션을 통해 기술했는데 여기서도 실명으로 많은 교수들이 등장한다.

“서울대 K, J, Y교수가 동국대 J스님과 만나 작전회의를 했다는 말도 들렸고” “K, Y교수는 예일대에 집요하게 이메일(학위존재 확인하는)을 보냈다는 말을 트레이시(신씨의 예일대 학점, 논문 대필, 학위취득 대리해준 미국인 강사)로부터 들었다”고 기술했다. 동국대 O, J교수 관련 부분을 통해서는 “대학이 학연과 인맥에 뒤얽혀 선후배끼리 챙겨주는 밥풀떼기 싸움(밥그릇싸움 수준도 못 된다는 의미)을 벌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명예를 중시하는 유명 대학 교수들이 조용히 무시하고 넘어갈는지, 대차게 반격할는지 역시 관심사다.

실명을 안 써서는 책이 성립되지 않을 인물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신씨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신씨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나오는 변 전 실장은 2003년 2월에 신씨를 종합지 경제부 출신 미술기자 H씨와 저녁 먹는 자리에서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에 서강대 경제학 박사인 변씨는 책에 의하면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가기 한 달 전에 신씨를 처음 만난 이후 차관-장관-청와대 정책실장 등 대한민국 경제를 주무르는 자리에 있을 때 신씨와 달콤한 사랑에 빠졌다. 책에선 변씨가 ‘똥 아저씨’로 표현됐다.

재판과정에서 제출한 서면진술서도 실렸는데 여기서 변씨는 ‘2003년 11월 용평 모 콘도에서 첫 성관계를 가졌는데 관계 후 계속 출혈이 있어 처녀라는 걸 알고는 놀랐다’고 밝혀 두 사람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과정에서 신씨와 연인 관계가 아니라고 법정진술을 통해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4001’을 보면 사실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뒤늦게 사랑에 빠진 그는 기획예산처 차관시절이었을 때 신씨의 집 앞에서 대여섯 시간씩 서 있다 돌아갔다고 한다. ‘가감 없이 쓴’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지만 실화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전반적으로 신씨는 변씨에 대해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졌고, 이를 지켜낸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이에 비해 변씨는 ‘이기적이고 가정 우선주의였다’는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언뜻언뜻 표출했다. 신씨는 두 사람 간에 있었던 일을 드러냄으로써 적잖은 내상을 입히게 될 것임을 계산했을 텐데도 ‘사실보도’에 충실해 기술했다는 것은 앞으로 변씨를 연인관계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별로 없음을 표시한 것 아닌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큐레이터로 활약했으므로 책에는 미술계 인사가 많이 등장한다. 첫 직장인 97년 가을 금호미술관과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시절 얘기에 비중을 크게 두었다. 전임 수석 큐레이터인 B씨가 “후임자인 나에 대해 언론에 별 허접한 얘기를 다 늘어놓았다” “내가 기획한 해외 유명 전시회들을 남이 기획한 전시를 그냥 돈 주고 들여와서 전시만 한 것이라고 자기 공치사를 했다”는 등 적지 않은 지면을 통해 그를 치사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이 부분도 B씨가 반박해올 여지가 크다.

학위 위조 혐의와 미술관 전시비용 및 협찬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의 주인공이었으므로 신씨는 조사 당시의 상황과 더불어 담당 변호사 검사에 관해서 아주 상세하게 기술했다. 귀국-검찰수사-입감-영장기각-수사-구속-수감 등의 과정에서 변호사 검사 피의자 원고 간의 공방을 긴박감 넘치게 묘사했는데 여기서 법조계의 실상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수사검찰에 대해서는 ‘김모 부장검사’ ‘대검에서 나왔다는 ‘윤모 검사’ ‘문모 검사’등으로 성만 밝혔지만, 변호사는 실명을 밝히고, 그들의 행태를 묘사했다.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돼 2명의 검사 앞에서 ‘하도 무섭게 조사를 받느라’ 오줌을 싸버렸다고 한 부분은 압권이다.

변호사에 대해서는 매우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든 변호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재판을 해본 사람들이 한두 번쯤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드러낸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P변호사에 대해선 수임료에만 집착하고, 의뢰인의 사건 관련 자료는 제대로 챙기지 않고, 심지어 이기겠다는 생각이 있기나 한 건지, 상대방 측에 매수당한 건 아닌지 의심이 가게 한다는 행태가 나열돼 독자의 분노를 산다. 이 부분은 여러 섹션에 걸쳐 반격이 예상되는데도 작심한 듯 썼다. 신씨의 기술에 의하면 변호사들은 이전에 만난 친구와 거물급 고객의 이익을 더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 같다고 기술했다.

이를 테면 모 미술관장이 신씨가 횡령했다고 주장한 미술관 비자금(인쇄소, 또는 조형작품 리베이트·실제로는 이를 횡령하지 않았다는 게 신씨의 주장)을 물어내라고 하지 않겠다고 진술했는데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그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내지 않아(검사는 오히려 확인서를 받아내라고 조언했다고 함) 나중에 미술관장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해 청구소송을 당했고, 그 부분이 실형선고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억울해 했다.

반면에 국내 재판과정에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고마운 K변호사, 미국의 한인 변호사 등과 피의자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입장을 이해하려는 이성적인 K검사 등에게는 고마움의 표시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검사는 대부분 자신들이 예단하는 혐의에 꿰맞추기 위한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진실을 들으려하지 않는다며 신문과정에서의 고통과 억울함을 기술했다. 또 변씨와 신씨를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이었다고 한다. ‘헤어져야 산다’ 편에 보면 “똥 아저씨 심문을 담당한 문모 검사는 변씨의 30년 공직인생이 그로 인해 파탄 나고 가족들도 괴로움을 겪는다고 했고, 김 부장은 그렇게 ‘열녀’가 된다고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을 거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 부분엔 P변호사도 동조해 “변호사가 도대체 내 변론을 맡은 사람인지 검찰을 대변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며 황당해했다.

사실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건 불가능하지만, 신씨는 “어떤 날은 검사가 똥 아저씨와 내가 주고받은 메일을 큰 소리로 읽는 일도 있었다”며 “너무나 수치스러워 여자 수사관과 나를 호송한 교도관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이어 “검사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면 케이크 한 조각이라도 사와서 먹여주었고, 인정하지 않으면 천하의 파렴치한 여자로 나를 몰고 갔다”고 적었다.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도 엿보인다.

한편 신씨가 ‘4001’에 실명을 적시해 비난, 비판을 가한 것은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이다. 형법에서는 기술된 내용이 사실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거론된 인물이 사회적으로 이미지를 손상당했다고 주장하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단, 당사자의 고소가 필요한 친고죄이다. 의도적으로 상대를 폄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썼다고 인정되면 엄청난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한다.

신씨는 출판 기자회견에서 변호사를 대동해 법적인 검토와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고소자는 책의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고 판결을 받아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잃는 게 많다고 판단해 대부분 소송을 포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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