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야. 5분마다 문자를 보내라. 제발.”
“여기 미친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쏘고 있다고 경찰에 말해. 급하다고.”
“꼭 숨어 있어라. 절대 움직이지 마! 총 쏘는 사람이 경찰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심해! 너 살아있어?”
“이제 경찰이 그를 잡았어!”
지난 22일 노르웨이 우퇴위아 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현장에 있던 줄리 브렘네스(16)가 어머니와 2시간여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이다.
26일 영국 스카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녀 간의 문자메시지에는 딸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숨가쁜 상황이 생생히 담겨 있다. 브렘네스는 다행히 해안으로 도망쳐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구조됐다.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의 공격을 피해 구조된 생존자들은 90여분간 극도의 고통을 겪었다.
또 다른 생존자 아드리안 프라콘은 총구가 자신을 향하는 모습을 보고 “제발, 제발”을 호소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총알은 운좋게도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고 그는 죽은 척했다. 프라콘은 “그가 곧바로 가까이 다가와서 총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캄샤지니 구나라트남은 당시의 혼돈된 심경을 블로그에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브레이비크가 경찰복을 입고 공격했기 때문에 실제 경찰이 도착했을 때에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브레이비크를 본 생존자들은 그가 분노, 공황, 혼란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어 보였다고 표현했다. 그의 정신상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증언은 엇갈리고 있다. 브레이비크의 변호인은 그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마약을 먹고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범죄학자들은 그가 작성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차질 없이 진행한 것을 보면 굉장히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한편 당시 현장에 있던 딸의 다급한 연락을 받은 아버지 게이르 요한센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당국이 이를 무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사건이 발생한 곳은 (정부 청사에 대한 폭탄 테러가 일어난) 오슬로라고 말하며 자신의 신고를 무시했다고 요한센은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두 딸 중 1명을 잃었고, 나머지 한 명은 부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희생자 추모 기간이 끝나는 대로 이번 테러 사건에 대한 경찰과 보안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유지하면서 보안 대책이 허술하지 않아야 한다”며 개방과 극단적견해를 포함한 사상의 자유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