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역 수해 흔적 치우지도 못해 주민들 원성 폭발 이틀째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서울 강남역 등 강남권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전날의 수해 흔적조차 지울 틈 없이 계속 피해가 이어졌다.
시간당 100mm 가까웠던 전날 폭우에 이어 28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복구가 이뤄지기는 커녕 길거리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피해를 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관계 당국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대가 낮아 전날 물이 승용차 천장 가까이 차올랐던 강남역 일대는 이날도 도로가 얕은 시냇물로 변해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우산을 받쳐든 채 인도를 걸어가는 시민들은 달리는 차량의 물세례를 피하려고 차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종종걸음을 했다.
강남역 인근의 진흥아파트 앞 도로에는 창문이 열려 있고 시동이 꺼진 채 사람이 타지 않은 쏘나타와 무쏘 차량 각각 한대가 길거리에 제멋대로 방치돼 있었다.
진흥아파트 사거리의 신호등 4개가 모두 먹통이어서 차량들은 뒤엉켜 저마다 경적을 울려대기 바빴다.
이틀째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어진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에서는 강남구청 직원 한 명이 트럭에 실린 '아리수'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전날 밤 너무 더워서 일가족 네 명이 찜찔방에 가서 잤다는 주민 송모(47ㆍ여)씨는 "무엇보다 냉장고가 문제다. 애들 방학이라 먹을 거 잔뜩 쌓아놨는데…서울 한복판, 그것도 강남에서 이게 지금 뭐 하는 거냐"며 허탈해했다.
옆에서 아리수 한 꾸러미를 받아든 아들 박모(20)씨는 "이거 들고 어떻게 11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느냐"고 푸념했다.
도곡동 래미안아파트 앞 인도는 전날 폭우로 폭삭 주저앉아 경찰의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으며 인근 배수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각종 쓰레기가 뒤덮고 있어 배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해 물이 넘쳐 흘렀다.
도곡1동 주민센터 앞 거리에는 '침수차량. 공장행'이라는 종이를 써붙인 승용차 여러 대가 도로 한 차선을 점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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