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내달 중순까지 우기 ”반세기 뒤엔 완전 아열대化 104년 만에 강남을 포함한 수도 서울을 집어삼킨 ‘물폭탄’은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징후다. 장마 뒤에도 아열대의 국지성 호우인 ‘스콜’을 연상시키는 집중호우가 자주 내리고, 건기와 비슷한 이상가뭄이 낯설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최근 100년 동안 1.5도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 0.74도의 2배에 달한다.
온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2070년이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한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역대 최고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10년씩 끊어서 보면 2000년대가 가장 따뜻했던 시기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2070년쯤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여름철 장마 뒤 폭염 기간에 스콜과 같은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나타나는 것은 대표적인 예다. 스콜은 아열대 지역에서 낮 동안 달궈진 하층의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상층 공기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대류현상을 일으켜 갑자기 수십분 동안 쏟아지는 소나기를 뜻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슈퍼태풍’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기상청이 경고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따뜻해져 태풍으로 유입되는 에너지가 늘면 태풍의 강도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중부 지방을 강타한 국지성 집중호우는 ‘대기 순환’에 따른 것으로 스콜과 생성 원인이 다른 만큼 이를 아열대화와 직접 연관짓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호우는 한반도 내 북동쪽의 차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 내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면서 기압계의 움직임이 정체된 상황에서, 한반도 밖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빈번하게 유입돼 서로 성질이 다른 공기들이 충돌하는 것이 원인이다.
겨울에 여전히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에서 아열대 기후와는 아직 차이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부경대 오재호 교수(대기과학과)는 “지구온난화로 이번 같은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열대 기후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한파는 없다”고 말했다.
충남대 장동순 교수(환경공학과)는 “다음달 13일까지 장마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4년부터 동양의 절기 이론을 이용해 1년치 날씨를 예측한 기상달력을 만들어 온 장 교수는 “7월23일부터 8월13일까지는 폭염 때문에 수분 증발이 많아 매우 긴 장마로 이어지거나 장마 후에도 지속적으로 비가 오는 궂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흙탕물에 잠긴 서울 사상 최악의 폭우로 서울 주요 간선도로 통제가 일부 계속되는 가운데 28일 올림픽대로와 63빌딩을 잇는 여의상류IC 부근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 이종덕 기자 |
따라서 최근 중부 지방에 쏟아진 비는 대기 불안정에 의한 것일 뿐 고기압 간 전선이 형성되는 장마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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