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믿음 산산조각
염전 명칭은 취재진이 방문한 순서에 따라 알파벳으로 표현함. |
세계일보 취재팀이 7월26일부터 29일까지 전남 해남군과 신안군, 영광군의 염전 8곳을 찾아 취재한 결과 8곳 모두에서 농약을 친 흔적을 확인했다. 염전 8곳 모두에서 쓰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농약병과 농약봉지가 발견됐다. 병과 봉지가 발견된 농약은 제초제인 ‘그라목손안티온’과 ‘풀방패’, 살충제인 ‘스미치온’과 ‘지오릭스’, ‘충모리’ 등 10가지 제품이다.
염전 중에서도 농약 살포 흔적이 집중적으로 발견된 곳은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1차 증발지(난치)와 주변 둑, 2차 증발지(누태) 일부 주변이었다. 7월 말이면 한해살이풀인 함초(鹹草)가 무성하게 자라 초록빛이어야 할 염전은 검붉게 변해 있었다. 염전 주변에 서식하는 게와 소라, 조개, 물고기도 집단 폐사해 수생생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염전 창고에서는 쓰다 남은 농약 상자, 등에 지는 농약 분무기, 모터로 살포하는 고속분무기가 발견됐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왜 농약을 치는 것일까. 제초제는 염전에 그늘을 만들어 소금 생산에 차질을 주는 함초를 말려 죽이기 위해서다. 살충제는 염전에 구멍을 내 바닷물이 새어나가게 하는 게를 없애려고 친다. 한 주민은 “함초 싹이 자라는 6월과 가장 무성한 8월에 농약을 친다는 건 염전 주변 사람이라면 다 안다”며 “농약 치는 걸 외부에 보이지 않으려고 오전 일찍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염전의 농약 사용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은 전무한 실정이다. 염관리법에는 소금에 비소 등 중금속이 들어있는지를 검사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염전에서 농약을 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해 농약 기준을 만들지 않은 탓이다. 2008년 소금의 분류가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뀌었으나 농약관리법이나 식품위생법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왔다.
전문가들은 염전에서 농약을 쓴다고 해서 바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건 아니지만 사용 및 잔류농약 기준을 만들어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김정한 교수는 “염전에서 농약을 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소금도 다른 농산물처럼 품질관리 규정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박희준·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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